한국일보

촛불로 꾸미는 인테리어

2001-03-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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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촛불 예찬론자다. 색깔과 모양도 아름답지만 갖가지의 초는 저마다의 다른 메시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영혼의 어두움을 밝히는 초, 희생적인 사랑에 비유되는 초, 온 영혼을 다해 남을 밝혀주는 초는 생명력이 있다.

마음을 흔드는 촛불은 한 개나 두 개일 때 그 느낌이 다르고 불빛이 한 곳에 모아질 때나 흔들릴 때, 연기가 춤추거나 꺼질 때 그 느낌이 다르다. 수십 개의 초가 한번에 타들어 갈 때나 어둠 속의 느낌이 다르고, 밝음 속에 초가 주는 이미지가 다른 만큼 읽혀지는 것도 다른 초의 다양한 모습은 초가 가진 매력이다. 예쁘고 아까워 어떻게 불을 켜나 하는 생각마저 드는 초는 그 다양한 분위기 연출로 낭만적인 인테리어 공간을 꾸미는, 작지만 중요한 소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초는 이제 특별한 날에만 사용되는 소품이 아니다. 아무런 장식 없이도 많은 초를 동시에 켬으로써 그 공간 전체가 생명력으로 빛난다. 초는 의식을 위한 장식 소품이며 결혼식에서 신랑신부 부모가 예식 초반에 불을 붙이는 모습뿐 아니라 모든 종교의 배경 소품으로 등장하고, 각종 정찬 테이블이나 특별한 행사에 분위기를 강조하는 분위기 메이커이다.


장례식과 무덤에서도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산 자와 죽은 자를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 다양한 기능만큼 다양하게 변신하는 모습으로 인테리어 소품으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해내고 있어 영혼을 밝히는 초는 이제 실내 인테리어까지 환히 밝히고 있다.

▲품격을 바꾸는 촛불 인테리어 아이디어

◎종류-일반적으로 긴 촛불이나 그 위에 진주나 장식을 박은 촛불도 있고 깎아 색깔과 모양을 낸 화려한 것도 있다. 초안에 각종 과일이나 꽃을 섞어 내기도 하고 조각과 문양 등 다양하다. 큰 통자나 각진 네모의 같은 모양의 크고 작은, 높고 낮은 초를 두세 개 같이 놓으면 굳이 촛대가 없어도 효과만점이다. 꽃모양의 물에 뜨는 초, 각종 향을 섞어 넣어 방향제 역할까지 하는 무드 있고 멋진 초를 크기나 색상 종류에 따라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위치-벽난로 위나 콘솔 위, 다이닝 테이블과 턱이진 벽 사이, 이층 계단 턱진 빈 공간이나 낮은 벽파티션 위에 일반적으로 설치하면 좋다. 특히 거울 앞에 촛불을 놓으면 불빛이 반사되어 더욱 아름답고, 다이닝 테이블 위에 촛대 세팅은 무드 있는 만찬을 위해 필수 소품이다. 패여 있는 벽면에 초를 나란히 놓아 꾸미면 한 벽 전체를 꾸밀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온다.

주방 한 곳을 정해 큰 초로 장식하면 주방의 음식냄새 제거의 역할까지 함께 할 수 있어 일석이조! 베스탑 부근에 놓인 초도 멋진 인테리어 꾸밈과 분위기에 한몫 한다. 통상적인 위치가 아닌 좀 더 특이한 위치, 소재를 집안 구석구석 찾아보면 한두 군데 독특한 장소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수영장이 있는 집이면 특별한 날 수영장에 꽃 장식과 함께 물에 뜨는 촛불로 꾸며주기도 하고, 침실에 커다란 크리스탈 보울을 두어 역시 물에 뜨는 초와 함께 꽃잎을 따다 넣으면 훨씬 로맨틱해진다.


◎촛대-다양한 형태의 촛대가 더욱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품을 특색 있게 사용하기도 하고 소재가 정해진 게 아닌 아이디어가 담긴 촛대가 더 효과적인 장식이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크리스탈이나 금속제의 멋진 촛대도 좋지만 유리컵이나 와인 잔에 물을 담고 흰색 초를 띄워 맑고 영롱한 분위기를 자아내거나 철사나 각종 특이한 재료로 만든 독특한 촛대도 좋다. 와인 잔에 물을 담아 초를 올릴 땐 초가 다 탄 후에도 저절로 꺼져 화재가 날 위험이 없는 실용성도 있다.


한지로 된 종이 봉지 안에 초를 넣어도 종이에 비친 색깔이 아름답다. 이때 종이는 고정할 수 있는 두꺼운 것이어야 하고 커서 조절이 가능해야 위험치 않다. 장시간 사용하기보다 잠시 분위기를 내주는 것으로 사용된다. 화분이나 토기를 활용해 초 장식을 해도 좋은데 용기의 색상에 따라 빛의 색도 달라지고 각종 토기의 다양함만으로도 인테리어 소품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그 외에 집에서 쓰는 문구류나 오래된 소반 하나가 멋진 촛대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사각 초를 안 쓰는 소반 위에 얹으면 독특하게 잘 어울릴뿐더러 운치 또한 돋보인다. 간혹은 낭만적인 분위기로 독서를 할 때 촛불을 켜놓으면 책 옆으로 놓인 작은 불빛이 많은 생각을 한 곳으로 모아줌으로 집중력이 높아지나, 이 때는 안전도를 생각해 세라믹이나 메탈로 된 받침부분이 넓은 것을 사용해야 한다.


◎식탁 위의 초-센터피스로 초를 활용할 때는 촛대 하나가 주는 느낌이 중요하다. 초의 모양, 빛깔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테이블 세팅을 할 때는 테이블 보와 초색을 맞추는 것이 원칙이다.

정찬을 즐길 땐 다소 높은 촛대로 품위를 나타내더라도 식사 후 차를 마실 때는 높이가 낮은 촛대가 대화하는 편안한 분위기를 이끈다. 후식과 함께 작은 초를 케익 위에 올려도 분위기가 고조된다.

따뜻하고 은은한 불빛은 어린아이의 미소와 같이 빛난다. 환한 불빛의 기쁨, 녹아 소멸되는 순간의 행복, 꺼진 후 감싸 오르는 냄새와 마법의 연기.... 미미한 불빛으로 혹은 동시에 수십개, 세상을 따뜻하게 보듬는 미소는 아름다운 인테리어 선으로 살아난다. 초로 얻는 위안과 편안함은 하나의 종교와 같아 미니멀적인 공간이라도 초가 빠진 인테리어는 상상할 수 없다.

(909)263-0609, (909)482-9995, janicej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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