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기지 금리 7% 미만 주저말고 결정하라

2001-03-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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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매입, 재융자

▶ 30년 고정 크게 내려갈 가능성 없어

요즘 집을 사려고 하거나 재융자를 하려는 사람들 가운데 "과연 언제 집을 사거나 재융자를 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의문을 많이 갖고 있다. 이 같은 의문과 관련, 집을 사거나 재융자를 하고자 하면서 금리가 더 인하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지금 즉시 행동에 돌입하는 것이 옳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5일 보도했다.


집을 사거나 재융자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계속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집을 사거나 재융자를 하는 시점에 대해 망설이고 있다.

이들이 융자 시점을 망설이고 있은 이유는 올 들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단기 금리를 0.5% 인하한데 이어 조만간 계속해서 금리를 더 인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FRB가 단기금리를 인하하면 주택모기지 금리도 더 떨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 같은 기대와 관련, 월스트릿 저널은 이미 현재의 모기지 금리는 앞으로 있을 FRB의 추가 금리인하까지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FRB의 차후 조치가 모기지 금리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므로 융자 시점을 기다리면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부지런하게 융자기관을 여기저기 두드려보는 사람들은 이미 현재 시점에서 7% 미만의 모기지 융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융자 금리가 지금보다 조금 더 내려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모기지 금리가 더 내려간다고 해도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 모기지 금리 인하는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게 조기에 인하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모기지 금리란 통상적으로 FRB가 금리인하 조치를 취하기 전에 떨어지게 마련이다. 모기지 금리가 FRB의 단기금리 인하 조치를 예견해 이를 미리 반영하는 기간은 빠르면 수개월이나 앞서기도 한다.

경제분석가들은 올해 내로 FRB가 단기 금리를 인하하는 폭이 0.75%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는데 현재의 모기지 금리는 이미 이 정도의 인하폭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펜실베니아주 웨스트체스터에 있는 경제자문회사 ‘이코노미 닷 컴’(Economy.com)의 수석 경제분석가 마크 잰디는 "소비자들이 FRB가 금리를 더 인하하고 이로 인해 모기지 융자 금리가 더 떨어질 것을 기다려 모기지 융자 또는 재융자를 하려고 하는 소비자가 있다면 그는 지는 게임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잰디는 "모기지 융자나 재융자를 하기 위해 방아쇠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면 조만간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기지 융자는 연방 재무부가 발행하는 10년 만기 채권의 수익률을 쫓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이 채권의 수익률이 앞으로 조금 더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 연방 재무부 10년 만기 채권의 수익률은 경제가 기대만큼 일찍 안정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급락을 계속해 지난 2일 현재 4.943%를 기록했다.

현재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 신뢰지수는 5개월 연속 떨어져 1996년이래 최저를 기록했고 기존주택 판매고 역시 1월에 이어 2월에도 떨어졌다. 여기에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오는 20일까지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처럼 실망스런 지표와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이 계속되자 투자자금은 채권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2주 연속 상승하다가 지난주에야 7.03%로 떨어졌다. 여기서 말하는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란 평균 1%의 포인트를 끼고 있는 것을 말한다. 포인트란 융자금에 부과되는 금리를 낮추기 위해 융자를 얻어 쓰면서 미리 내는 일종의 수수료 같은 것인데 1포인트란 융자금액의 1%에 상당한다.

이 같은 수준의 모기지 금리는 지난해 5월의 8.64%와 비교한다면 현저히 낮은 것으로 30년 고정으로 20만달러를 빌려 집을 산 소비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면 1년에 2,700달러나 페이먼트 부담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웬만한 자동차 한 대의 페이먼트가 나오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라배마주 걸프쇼어스에 있는 ‘걸프사이드 모기지’사의 체릴 제헨트너 사장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와 융자나 재융자를 문의하면서 3월20일까지는 기다려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서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고 전했다. 제헨트너는 "모기지 금리가 7% 미만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수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론적으로 보면 모기지 금리가 현재보다 대폭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경제분석가들에 따르면 이같은 가능성은 경제가 현재보다 급격히 악화된다는 시나리오 아래서만 가시화된다.

한 마디로 모기지 금리가 현재에 비해 극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으며 주식시장이 안정되거나 다시 힘을 받으면 오히려 모기지 금리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코노미 닷컴’에 따르면 만약 현재 수준으로 재융자가 이뤄질 경우 주택소유주들이 올해 내로 재융자로 빌려 쓸 돈의 총액은 1조3,000억달러이다. 이 액수는 현재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모기지 융자 총액인 5조달러의 4분의1 수준이다.

이 예상대로 재융자가 이뤄진다면 사실상 미국인들이 주택을 담보하고 빌려쓰는 채무의 총액은 현재보다 더 늘어나게 된다. 집값 상승으로 에퀴티가 많아진 주택소유주들이 재융자를 하면서 현재 융자 잔액보다 돈을 더 많이 빌려쓰는 소위 ‘현금인출 재융자’(cash-out refinance)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주택 소유주들은 이렇게 재융자를 통해 기존 융자를 변제하고 남은 돈을 자동차 구입, 여행, 다른 채무 변제에 사용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시장에 돈을 더 많이 풀게 된다.

융자나 재융자들 하는 바이어나 주택소유주의 입장에서 한 가지 더 유리한 점은 융자 수수료가 많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융자수수료는 1985년에는 융자액의 2.5% 수준이었으나 요즘은 융자액의 0.75% 수준으로 낮아져 소비자들의 부담이 그만큼 많이 줄었다. 20만달러를 빌려 쓸 때 당시 보다 3,500달러 정도 덜 부담해도 된다는 얘기다.

한편 요즘이 재융자를 하기에 적기라는 말만 듣고 자신의 고유 상황과는 관계없이 무조건 재융자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갖고 있는 자신의 모기지 융자 금리가 7%대라면 재융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별로 없으며 현재 모기지 금리가 8% 이상인 주택소유주라야 재융자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누가 재융자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들은 "재융자를 함으로써 매월 페이먼트를 줄일 수 있을 때 이같은 감소분 1년치를 가지고 재융자를 하기 위해 들어가는 제반 비용을 변제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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