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래의 집과 인테리어

2001-02-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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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니스 최 <필레오 인테리어 디자인>

며칠전 한 고객의 차를 탔더니 컴퓨터를 통해 가고자 하는 주소와 방향, 그리고 지도와 현 위치, 움직이는 상황과 어떻게 움직이라는 모든 지시가 흘러나왔다. 말로만 듣던 네비게이터였다. 이야기만 들었지 직접 타보기는 처음이라 무척 신기했고 앞으로 21세기에선 지도가 쓸모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무튼 차를 자주 이용하는 내게는 참 유용한 프로그램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학교 다닐 적에 앞으로 10년, 20년 후면 건축과 인테리어가 이러이러하게 바뀐다는 강의를 들었는데 요즘 실제로 그렇게 지어 생활하는 집들이 있다고 하니 앞으로의 집과 인테리어는 어떻게 변할까. 실로 궁금치 않을 수 없다.

모든 집과 이웃의 주변 환경, 기술과 에너지와 재료와 빛. 이 모든 것이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후엔 또 다시 거듭 발전되고 그것이 사람들의 생활 패턴까지 바꿀 것이라 생각하니 한편으로 삭막한 감도 없지 않으나 더 편리하고 간결한 생활 시스템에 따라 건축과 실내가 달라진다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다. 미래의 집들은 컴퓨터와 DVD 자동 커피메이커, 냉장고 마이크로 오븐 등 모든 것이 연결되어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이 도래하게 될 것이다. 여러 책에서 읽은 대로 집은 발달된 기술과 네트웍 시스템의 환경을 이어주는 장소이며 컴퓨터는 벽이나 카운터 탑, 바닥 등으로 내장되고 온도와 습도, 빛과 음악 등 모든 처리를 음성 지시로 다 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거실이 밖으로 갈 수도 있으며 다이닝룸도 오픈되어 도서관이나 미디어 룸처럼 쓰여지고 부엌이 패밀리 룸처럼 유용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로프트의 리빙 스타일처럼 오픈 스페이스 개념이 도래하고 벽에 짜서 맞추는 빌트 인 퍼니처가 유행할 것이며 더욱 더 모던해지는 스타일을 선호하게 된다. 문제는 퀄리티인데 새로운 디자인의 컴퓨터에 맞을 인테리어 환경의 편리함 이외에 고품격의 디자인이 갖춰져야만 풍부함이 느껴지는 실내가 될 것이다.


집 전체에서 이메일과 보이스 메일, 비디오 메일을 언제 어디서나 받을 수 있고, 수퍼마켓에서 장을 보다가도 손에 들고 다니는 작은 컴퓨터로 냉장고 안의 리스트를 조사하여 우유를 사야되는 지도 확인함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필요한 리스트가 나오게 되며, 마이크로웨이브에 레시피와 요리 방법을 다운로드하면 그대로 완전한 요리가 된다. 전화 한 통으로 스파클링 시스템과 라이팅, 시큐리티 시스템을 밖에서 조절할 수 있고 현관문의 벨을 누르면 방문객의 이미지가 그대로 스캔되어 집 전체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몇 회사에서 벌써 격조 높은 최첨단 네트워킹 자동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으며 Whirlpool, General Electric, Sunbeam, Sharp, Panasonic 등에서도 실제로 그렇게 작동하는 냉장고와 마이크로오븐 등을 곧 생산해 낼 예정이다.

홈 엔터테인먼트 센터와 포터블 디바이스에서 인터넷을 통해 음악과 영화를 다운로드하고 음성으로 컨트롤하여 인지하게 하며 헬스케어와 메디칼도 컴퓨터 모니터를 통하여 각각 다른 의사를 방문하고 처방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테크놀러지는 모든 인간의 생활 패턴 자체를 바꾼다. 벽과 창은 얇아지고 비디오 디스플레이로 행동 반경을 주시할 수 있게 되며 실제의 뒷마당에 그 날의 무드에 따라서 비가 오는 숲이나 바다의 풍경을 연출할 수도 있어 모던하게 바뀐 공간의 허전함을 대신 달래 줄 것이다. 유명 레스토랑의 쿡이 앞에서 직접 요리를 만들며 향까지 음미할 수 있게 된다. 요즘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 있는 어린 조카와 부모님, 동생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10년 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기쁨이었던 것처럼 세계 각처에 흩어져 있는 가족과 친지, 친구들이 화상을 통해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고 저녁도 함께 먹으면서, 새로운 커뮤니티의 탄생으로 말미암아 새 방식의 인간 유대관계 또한 펼쳐질 것이다.

벽의 센서는 가족의 움직임과 행동 반경을 나타내주고 부엌의 카운터 탑은 인터넷과 전체 방, 팩스머신, 포토 카피와 연결해 하나의 홈 오피스 역할까지 담당하게 될 것이며 인테리어에 있어서 공간의 크기보다 편리함이 더 우선될 것 같다. 모든 것을 켜고 끄는 스위치 컨트롤 역시 세련된 디자인 감각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간결하게 단순화된 디자인 환경 속에서 잘 되어진 라이팅 디자인의 가치를 더 인식하게 될 것이다.

다소 차갑게 보일 수 있는 공간에 따뜻함을 불어 넣어주는 라이팅은 밝기보다 분위기를 내주는데 치중할 것이며, 태양열 등을 이용한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로 20년 후에는 더 많은 여러 종류의 라이팅 선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새롭고 풍부하고 더 많은 에너지의 개발로 더 나은 환경과 디자인을 즐길 수 있는 미래. 상상 속의 세계만은 결코 아니다.

모든 것이 새로운 기술국면으로 접어들어도 집과 건축에 있어서는 환경적인 문제로 더 내추럴한 건축 자재의 이용이 급증하게 된다. 안전과 새 해결책을 생각하여 디자인하고, 생활 패턴이 바뀜으로 카핏 또한 새로운 바닥재를 고안해야 될지 모른다. 대나무나 코르크 바닥재가 최근 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재료 자체를 다 드러내 보이기도 하며 미디엄 덴스티 파이어 보더가 유행하게 될 것이다. 포스트 컨수머 우드는 이미 홈데포에서 시판을 실시하므로 캐비닛과 카운터 탑을 통해 따뜻함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와 같이 모든 이들이 표면 재료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바뀌는 세상, 바뀌는 건축 인테리어. 그러나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하우스, 홈, 가족, 그 본연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따뜻한 유대관계와 사랑, 포근함이 넘치는 스윗트 홈! 이다. 푸근하게 감싸주는 내 집의 개념이, 나누고 덮어주는 가족 간의 애정과, 따사로움이 넘치는 릴렉스 할 수 있는 공간이 달라지는 패턴보다 우선되어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문의 (909)838-9991, 909)482-9995, janicej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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