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혼자 있을땐 집구경 시키지 말라

2001-02-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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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러 신변안전 이렇게

전문적인 부동산 에이전트나 브로커들은 집 매매를 하면서 바이어에게 집을 구경시켜줄 때 신변안전 문제에 대해 각별히 유념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바이어를 가장한 범죄자들에 의해 절도·강도·성폭행·살인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정은 셀러도 마찬가지다. 집을 팔겠다고 부동산 시장에 나선 셀러가 개인적인 신변 안전을 위해 유념해두면 좋을 사항을 점검해본다.

셀러 역시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것은 부동산 에이전트나 브로커와 다를 바 없으나 에이전트나 브로커가 나름대로 조직을 갖춘 직업인으로서 이 문제에 대한 별도의 교육을 받는 것과 달리 셀러는 개인으로서 이 같은 기회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셀러 자신이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부동산 매매와 관련해 에이전트나 셀러가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다른 분야에 비해 특별히 높은 것은 아니다. 에이전트의 경우를 보면 매년 6명 안팎이 살인에 의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집계돼 있는데 연방노동통계국의 에릭 시그니처에 따르면 "이 정도는 근로자 10만명 단위로 본 부문별 범죄피해 통계로 볼 때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셀러가 범죄의 피해 대상이 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별도의 통계 조차 없다.


사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에이전트나 브로커나 또는 셀러가 부동산 매매와 관련해 범죄의 피해 대상이 되는 문제는 별도의 주목 대상이 되지 않고 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부동산 회사 별로 회의석상에서 주의가 환기되는 수준으로 끝나곤 한다.

이 같은 상황은 셀러가 자신의 신변안전 문제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셀러가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점을 항상 기억하고 있다가 집을 팔 때는 반드시 잊지 말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혼자 있을 때 바이어에게 집 구경을 시켜주지 않는다
셀러는 일단 집을 부동산 시장에 내놓은 다음에는 집 구경을 시켜달라며 찾아오는 바이어가 반갑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혼자 있을 때 무턱대고 바이어에게 집 구경을 시켜주는 것은 좋지 않다. 혼자 있을 때 찾아오는 바이어에게 어쩔 수 없이 집 구경을 시켜줘야 할 경우에는 이웃을 집으로 오라고 해 함께 집 구경을 시켜 주거나 그렇게도 할 수 없을 때에는 바이어의 인상착의와 신상명세를 아는대로 에이전트나 친구에게 남겨둔다. 예의를 지켜가며 바이어에 관한 정보를 건네주는 것을 바이어가 보면 바이어를 가장한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그만큼 낮출 수 있다.

항상 방문객의 신원을 확인한다
전문적인 에이전트는 항상 바이어와 더 깊은 상담에 들어가지 전에 적당한 방법으로 바이어의 신상명세를 받고 서명도 받는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에이전트는 바이어가 실제로 집을 살 바이어인가 그럴 자격이 있는가 등을 사전에 검토하는데 셀러도 이 같은 방법을 취할 수 있다.

방명록을 작성한다
바이어의 이름과 서명을 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방명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방명록에 쓰는 바이어의 이름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으므로 방명록을 제시하면서 운전면허증이나 기타 사진이 붙어 있는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유도해 방명록에 쓴 이름과 서명이 실제로 그가 사용하는 것인지를 확인한다.

함부로 집 구경을 시켜주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
바이어가 집 구경을 하겠다고 전화로 약속을 요청해올 때에는 바이어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아서 그 전화번호로 다시 전화해 실제로 그런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이 그 전화번호로 연락이 되는가 하는 정도는 최소한 확인해야 한다. 물론 계획을 세우고 범행을 하는 경우에는 이 같은 사전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상한 시간대에 집 구경을 시켜주지 않는다
너무 이른 아침이나 너무 늦은 저녁에 집 구경을 하겠다고 하는 바이어의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낮 시간에 집 구경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귀중품은 치워둔다
보석·미술품·크레딧카드 같은 물건들은 미리 치워둔다. 이 같은 물품을 서랍에 넣어두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문적인 절도범들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르고 교묘하게 귀중품을 훔칠 수 있다. 일단 셀러가 됐다는 것은 어차피 이사를 가겠다는 얘기이므로 이 같은 물품은 미리 포장해 바이어의 손이 쉽게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치워둔다. 귀중품 뿐 아니라 처방약에 대해서도 미리 이 같은 조치를 취해둬야 한다.


바이어가 집 구경을 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일단 바이어가 집 구경을 할 때는 그가 어떤 식으로 집을 구경하는지 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주목하는 것이 좋다. 절도범의 경우 집 구경을 빙자해 다음에 집에 들어올 침입로나 도주로를 미리 봐두는 경향이 높다. 부부 바이어를 빙자한 범법자의 경우는 한 사람이 셀러를 끌고 다른 곳을 구경하는 사이에 나머지 한 사람이 물건을 훔치기도 한다.

집과 무관한 질문을 하는 바이어는 주의한다
집 구경을 하면서 집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질문을 하는 바이어도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남편이 언제쯤 퇴근하느냐?", "언제 또 다시 집을 볼 수 있느냐?" 같은 질문을 던지는 바이어는 주의해야 한다. 바이어에게 "언제는 집을 비울 것이므로 집 구경을 시켜줄 수가 없다"거나 "언제는 아이들 픽업을 가야하기 때문에 집 구경을 시켜줄 수가 없다"는 등의 말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바이어를 등지고 집구경을 시켜주지 않는다
집 구경을 시켜줄 때 바이어가 셀러의 등 뒤에서 따라오도록 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특히 후미진 곳을 구경시켜 줄 때는 더욱 이 같은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바이어에게 편안하게 집 구경을 시켜주기 위해 자신은 거실 같은 곳에 있고 바이어가 집을 마음대로 다녀보도록 배려하기도 하지만 이 같은 방식도 좋지 않다. 항상 셀러가 바이어보다 뒤로 쳐진 상태에서 집 구경을 시켜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하실·차고·옷장은 함부로 구경시켜주지 않는다
지하실이나 차고 또는 커다란 옷장 같은 곳을 구경시켜 줄 때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이런 곳을 구경시켜 줄 때에는 바이어가 짧게 끝날 수 없는 대화를 시작하는지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하며 이 같은 대화가 시작된다 싶으면 빨리 화제를 바꾸는 것이 좋다. 또 이런 곳을 구경시켜줘야 할 때 셀러는 항상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비상 탈출로를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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