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피카소가 그린 집 모습’

2001-02-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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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산책

▶ 케니 김 다이아몬드 부동산)

복잡한 일들을 떠나 가족 모두와 함께 모처럼의 한국 여행을 다녀왔다. 두터운 외투를 둘러 입고 꽁꽁 얼어붙은 추운 길도 거닐어 보고, 펑펑 내리는 하얀 눈송이도 맞아보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교 때 소풍 갔던 덕수궁을 30여년만에 다시 가보니 정말 감회가 깊었다. 아이들에게 한국의 고궁과 박물관, 그리고 전통적인 기와집이며 정원을 보여주었고, 내가 좋아하던 노래가사 속에 나오는 덕수궁 돌담길 옆에도 가보았다. 그 곳 길목에서 파는 따끈한 오뎅국물과 붕어빵을 추운 길에 서서 후후 불어가며 먹는 맛이 일품이었고, 아내와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또한, 재래식 시장에 나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도 참 즐거웠다.

이렇게 여행을 마치고 미국에 돌아오니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이 훤하다고
한다. 사실 나는 여행으로 더 피곤할진대 다들 훤하다고 하니 참 이상하다. 왜 그렇게 보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이런 저런 복잡한 일의 둘레로부터 나를 쉬게 함과, 만사를 잊고 가족들의 잔잔한 재미거리를 찾기에 몰두하다 보니 나의 몸이 온통 기쁨으로 채워졌기 때문인 모양이다.

이렇듯, 우리가 살고 있는 집들도 마찬가지 일거라고 단정 해본다. 집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재미있고 활기차게 살아간다면 집밖으로 풍겨지는 집의 모습도 따듯하고 아늑하게 보여질 것이다. 왜냐하면, 기쁘고 안정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늘 웃음꽃이 피고 집 안팎의 관리에도 신경을 잘 써주므로 당연히 예쁜 집으로 보이게 마련일 것이며, 반대로 힘들고 피곤케 살아간다면 그 집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조차도 그 집의 차가운 분위기와 서늘함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이나 사람이나 내부의 기분이 밖으로 표시 나는 것은 같은 모양이다. 이번 한국 여행에서도 느낀 것은 오래 전부터 늘 웃음꽃 피고 화기애애하였던 집안은 지금도 그 집 동네 문전에만 들어서도 기분이 좋아지나, 예전부터 냉랭하던 집은 여전히 긴장되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소리’와 ‘냄새’뿐 아니라 집안의 ‘분위기’도 집밖으로 흘러 나가는 것이다.


만일, 피카소에게 모든 집들의 그림을 그 집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분위기에 맞게 그려서 문패처럼 붙여 놓으라고 한다면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아름답고 화려한 색상의 조화와 유연한 선과 평화가 담긴 집 그림이 붙어있는 집들은 인기가 좋아 비싸게 팔릴 것이요, 빨갛고 파란 선으로 반쪽짜리 집에다 반쪽 사람만 그려 놓은 날카롭고 과격한 표현으로 그려진 집들은 안 팔리거나 싼 가격에 팔릴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렇게 되면 누구나 좋은 가정으로 만들어 비싼 가격으로 집을 팔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이참에, 필자도 사랑과 정이 넘치는 집안 분위기를 위하여 좀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피카소에게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표어 그림을 부탁해야겠다.

연락처 (909)641-8949, www.EZfindHo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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