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장실이 변화되고 있다’

2000-12-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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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산책

▶ 케니 김 (다이아몬드 부동산)

느닷없이 머리 위에서 날아오는 이물질의 세례를 받고는 위를 쳐다보았다. 날아가는 새에게 "야, 너는 참 좋은 세상에서 사는구나"라고 중얼거리면서 하루의 일과를 진행하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집을 보러 다니면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가는 집마다 화장실이었다. 사실, 주택 문화의 변천사에서 화장실만큼 가장 많이 변화한 것이 없는 것 같다. 화장실의 위치에서부터 크기와 용도 및 시설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예전에 흔히들 말하는 것 중에 ‘화장실과 처가는 멀리 있을 수록 좋다’고들 하였었다. 하지만 지금의 바쁘게 돌아가는 부부 맞벌이 시대에서 화장실과 처가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듯하다. "아침에 화장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생각난 것인데..."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던 20여년 전의 어느 미국인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그때는 ‘아니 화장실을 쓰면서 무슨 커피를 마신담’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때였었다. 당시 우리의 사고와 생활 방식으로는 도저히 화장실에서 물도 못 마실 것이었지만, 미국의 화장실 문화는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미국에 와서야 이해하게 되었고, 지금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런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실제로, 집안에서 가장 돋보일 수 있는 부분은 부엌과 화장실이다. 특히, 화장실은 여자 손님이건 남자손님이건 화장실을 사용할 때가 많기 때문에 잘 가꾸어 놓으면 그 집의 얼굴 노릇을 할 때가 많다. 우아한 칼라의 마블 바닥, 예쁜 수도꼭지와 싱크대, 그리고 잘 접어서 걸어놓은 수건과 향기는 꽃잎을 담아놓은 향화병, 아름다운 그림을 걸어놓은 액자와 조명등을 보면 참 우아한 집임을 감탄하게 된다. 거기다 멋진 책과 잡지 꽂이대가 있다면 집 주인의 품격 있는 내면을 더욱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주는 곳이 화장실 인 것이다.


더구나 지금 새로 짓는 집들은 영화에서나 보아오던 대로, 매스터 화장실
하나가 웬만한 방 한 개는 차지 할 정도로 커졌다. 오픈 되어있는 욕실에는 뜨거운 물이 오도방정으로 나오는 자쿠지가 있고, 따로 있는 샤워실, 얼굴화장 머리화장을 하라고 큰 거울과 마블로 치장해 놓은 기다란 고급 싱크탑, 그리고 멋진 캐비닛들로 이 정도면 화장실이 아니라 고급 식당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TV와 인터넷까지 있으니, 아예 집에서 쉬는 날이면 화장실을 차지하려는 전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집안의 문화는 점점 커져 가는 화장실이 이끌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그러고 보니 이 세상에서 제일 큰, 오픈 되어있는 화장실을 쓰는 새들을 보면 부러워진다. 아무튼 집 매매 시에도 화장실과 부엌의 싱크 등을 잘 해놓으면 집 값도 더 나가는 것이고 매매도 잘 되는 재미있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연락처 (909)641-8949 www.EZfindHo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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