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원금이 줄어드는 것이지

2000-09-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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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주에 한번씩 ‘바이 위클리 페이먼트’

▶ 이자 내려가는것 아니다

융자를 끼고 집을 산 대부분 보통 사람들의 소망 가운데 하나는 하루라도 빨리 모기지를 다 갚고 집 페이먼트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이같은 소망을 익히 알고 있는 렌더 가운데는 한달에 한번씩 페이먼트를 하는 대신 2주마다 페이먼트를 하는 소위 ‘바이 위클리 페이먼트’의 장점을 앞세우며 ‘바이 위클리 페이먼트’로 집을 살 것을 권장한다. 이들은 ‘바이 위클리 페이먼트’를 함으로써 이자 부담을 줄이는 것은 곧 이자율을 낮추는 것과 같다고 선전한다. 이들의 주장은 과연 타당한가.

우선 ‘바이 위클리 페이먼트’를 앞세우는 렌더들의 선전을 잘 보면 이자와 이자율의 차이를 적당히 얼버무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달에 밀가루 12파운드를 사는데 밀가루값이 파운드당 2달러라면 한달 동안 밀가루 값으로 나가는 돈은 24달러이다. 밀가루값이 파운드당 1달러로 준다면 한달 동안 밀가루값 총액은 12달러가 된다. 밀가루값은 변함이 없는데 밀가루값이 이 수준으로 묶여지는 또 다른 한 가지 경우는 밀가루를 6파운드만 사는 것이다. 이같은 경우를 두고 주부가 밀가루값 지출을 줄인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같은 논리라도 밀가루값에 대해 얘기할 때는 얼른 이해를 하지만 모기지 페이먼트에 대해 얘기할 때는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기지 융자 페이먼트를 결정하는 요소는 처음에 빌린 돈의 액수, 금리와 얼마나 오랜 시간에 걸쳐 원금을 갚느냐 하는 것이다. 바이어는 빌리는 돈 자체를 줄임으로써 페이먼트를 줄이는 것과 빌리는 돈의 금리를 줄임으로써 페이먼트를 줄이는 것 사이에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아야 한다.

다음 사례를 검토해 보자. 사례 (1)월 1%의 이자로 200달러를 2개월간 빌릴 경우 한달 후 이자는 2달러이다. 2개월 후에는 다시 이자 2달러를 내고 원금 200달러를 갚아야 한다. 사례 (2)원금을 100달러로 줄이면 2개월간 이자 총액은 2달러가 된다. 사례 (3)원금을 100달러로 줄이고 임차기간도 1개월로 줄이면 한달만에 원리합계로 101달러를 내놔야 한다. 사례 (4)원금도 100달러로 줄이고, 임차기간도 1개월로 줄이고, 이자도 0.5%로 줄이면 한달 후 원리합계로 100달러50센트를 내놔야 한다.

사례 2~4는 전부 사례 1에 비해 이자부담이 낮은데 사례 (2)는 원금을 줄인 경우고 사례 (3)은 원금과 임차기간을 줄인 경우고 사례 (4)는 원금과 임차기관과 이자를 모두 줄인 경우다. 이 중에 실질적으로 임차인이 덕을 보는 경우는 사례 (4)의 경우뿐이다.

모기지 융자 역시 마찬가지다. 상환기한을 30년으로 하고 빌려쓴 모기지를 ‘바이 위클리 페이먼트’로 변경하는 것은 위에서 사례 (3)과 가장 가까운 것이다. ‘바이 위클리 페이먼트’를 할 경우 바이어가 연간 1개월치의 페이먼트를 더 내놓음으로써 모기지 페이먼트가 빨리 끝나는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바이어가 이자 부담을 줄이는 것은 사실이나 이처럼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직접적 원인은 바이어가 원금 상환을 빨리 해 빌려쓰는 돈 자체를 일찍 줄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에 렌더들은 통상적으로 바이어가 30년 상환으로 모기지 융자를 빌려쓴 다음 ‘바이 위클리 페이먼트’ 프로그램으로 전환할 경우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바이 위클리 페이먼트’가 나쁜 것은 아니다. 바이어의 입장에서 자기가 쓰는 돈이 가져다주는 혜택이 어떤 이유에서 발생하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만 있다면 ‘바이 위클리 페이먼트’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같은 ‘바이 위클리 페이먼트’의 장점을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모기지 상환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바이 위클리 페이먼트’를 하고 싶다면 사실상 렌더와 ‘바이 위클리 페이먼트’로 전환하기로 합의한 것과 똑같은 효과를 얻으면서 ‘바이 위클리 페이먼트’로 전환하기 위해 내야 하는 수수료를 내지 않는 방법도 있다.

이같은 방법이란 단순히 매월 페이먼트의 12분의1을 정규 페이먼트에 더해서 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매월 정규 페이먼트의 12분의13을 냄으로써 연간 13개월치에 상당하는 모기지 페이먼트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 생활인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매월 페이먼트를 하면서 정확히 정규 페이먼트의 12분의1을 더해 정규 페이먼트의 12분의13씩 내놓는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경제적 이유도 이유지만 인간이란 그처럼 기계적으로 행동하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따라서 ‘바이 위클리 페이먼트’가 의미가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이유는 렌더측과 정식으로 합의를 맺고 수수료까지 내면서 ‘바이 위클리 페이먼트’를 할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더 정확히 꼬박꼬박 페이먼트를 내놓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정문제 전문가들은 원래 합의했던 정규 페이먼트보다 돈을 조금씩 더 낼 여력은 있으나 어떤 구속력 없이 스스로 그렇게 할 ‘결단력’이 없는 바이어만 ‘바이 위클리 페이먼트’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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