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호르무즈 인터넷 통행세”…이란의 새 위협 현실성 있을까

2026-05-18 (월) 08: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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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빅테크에 해저 케이블 사용료 물려 합법 수익”

▶ 실행시 효과 미미…전문가 “협박 외 수단 없는 자살행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해저 케이블을 통제해 '인터넷 통행세'를 매기겠다는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위협이 실현될 가능성을 저평가하며 이란이 미국과 걸프국들을 압박할 새로운 협상 카드를 만들려는 동향으로 분석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서 "이란은 자국 영해의 해저 및 하층토에 대한 절대적 주권을 근거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광케이블이 허가 대상임을 선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해저 케이블에 대한 허가권을 바탕으로 글로벌 통신·기술 기업에 케이블 사용 요금을 매기겠다는 취지다.

이란 반관영 매체인 타스님 통신은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합법적인 부의 창출을 위한 전략적 중심지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란 측은 국제 항행 수역에서도 해저 하층토에 대한 주권은 보장된다는 내용의 유엔 해양법 협약 제34조에 의거해 정당한 해저 케이블 사용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이란은 이집트 역시 해저 케이블 사용료로 연간 2억5천만∼4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란의 주장에 법적 정당성이 없고, 현실성도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집트가 요금을 부과하는 해저 케이블은 실제 이집트 영토를 통과하는 반면, 호르무즈 해협 해저 케이블은 대부분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해저를 통과하기 때문이다.

이란과의 충돌을 우려한 국제 통신사업자들은 의도적으로 이란 영해를 피해 케이블을 설치해왔으며, 걸프 지역 해저 통신 인프라는 대부분 오만 영해 쪽에 밀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환경 분석업체 켄틱 소속 전문가인 더그 매도리는 "이란의 케이블 사용 요금 부과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그들이 선박이나 해저 케이블에 대한 '통행세'를 뜯어낼 유일한 방법은 협박뿐"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소형 잠수함과 공격정을 동원해 직접 해저 케이블을 공격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이 또한 '자살 행위'에 가까운 일이라고 평가한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감시하는 상황에서 외부의 눈에 띄지 않고 케이블을 절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해저 케이블 통신을 사용하는 걸프 국가들 역시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데이터 전송량 역시 전 세계적으로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조사회사 텔레지오그래피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케이블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국제 대역폭의 1% 미만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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