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외식·여행 포기… 연료비로만 수백억달러 더 지출”

2026-05-18 (월) 12:00:00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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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450억달러 추가 부담
▶ 연말까지 1,720억달러↑
▶ 고유가에 가계 부담 가중
▶ 물가 부담 저소득층 집중

“외식·여행 포기… 연료비로만 수백억달러 더 지출”

미국 내 개솔린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은 수백억달러를 추가 지출하며 저축·외식·여행까지 포기하고 있다. LA지역 한 주유소의 개솔린 가격. [로이터]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후 2개월여 만에 미국인들이 가계 연료비로만 무려 450억달러를 더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일간 월스트릿저널(WSJ)이 에너지 가격 정보업체인 OPIS 가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말 개전 이후 미국인이 개솔린·디젤 구입에 지출한 누적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450억달러나 증가했다.

이란이 에너지 교역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미국은 대이란 해상 봉쇄로 맞서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전쟁 직전 갤런 당 평균 3달러 선을 밑돌았던 전국 개솔린 가격은 전쟁 이후 50% 넘게 급등하면서 갤런 당 평균 4.55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운전자들은 전국 평균 보다 거의 2달러나 더 높은 개솔린 가격을 부담하고 있다. AAA에 따르면 17일 현재 캘리포니아주의 레귤러 개솔린 평균 가격은 갤런 당 6.14달러로, 한 달 전 5.86달러보다 약 28센트 올랐다.

이건 어디까지나 평균 가격이고 일부 남가주 지역 주유소의 개솔린 가격은 7달러대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정유시설 제약과 높은 세금, 여름철 블렌드 전환 비용까지 겹치며 전국에서 가장 비싼 주유비 부담을 떠안고 있다.

트럭이 사용하는 디젤 가격은 캘리포니아에서 7.43달러까지 급등하면서 운송업계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미 최대 은행 JP모건은 개솔린 가격이 올해 말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미국인들이 지난해 대비 1,720억달러를 더 지출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캘리포니아에서는 ‘덜 타고, 함께 타는’ 흐름이 뚜렷해지며 생활 방식 전반이 재편되는 모습이다. 한인들은 한 번 나갈 때 볼일을 몰아서 보고 외출도 삼가는 등 차량 운항 자체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한인들도 카풀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연료 절약, 저렴한 주유소 찾기 앱과 카풀 플랫폼 다운로드도 급증했다. 실제로 가스버디·업사이드 등 앱 다운로드는 한 달 새 수십~수백 퍼센트 증가했고, 카풀 서비스 이용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코스코 주유소의 경우 하루 차량들로 종일 장사진이다.

풀러튼에서 LA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한 달 평균 개솔인 비용이 300달러 안팎이었는데 500달러를 넘나든다”며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각종 생활비용만 늘어 외식비 등 불필요한 경비를 모두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릿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치솟는 개솔린 부담에 외식이나 여행까지 포기하는 상황이다. 미국인들의 저축 여력도 급감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부담은 미국 가계 전반의 핵심 압박 요인으로 떠올랐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1%가 생활비 상승을 가장 큰 재정 문제로 꼽았으며, 특히 에너지 비용을 언급한 비율은 13%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급증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에너지 비용이 주택 비용과 함께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WSJ는 연료비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은 저소득층과 서민층에 집중되고 있다고 WSJ은 짚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중산층 및 고소득층 미국인들의 항공·숙박·관광 부문 지출은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저소득층 가구의 관련 지출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연 소득 12만5,000달러 미만 가구의 평균 주유량 자체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석탄이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WSJ이 전했다. WSJ에 따르면 대만은 가동을 중단했던 석탄 화력발전소를 최근 재가동했으며, 한국은 지난달 석탄 발전량을 3분의 1 이상 늘렸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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