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패 이미지 딛고, 이민단속·미국과의 동맹 강화 등 우클릭 행보

페루 대선 1차 투표서 1위를 차지한 게이코 후지모리 민중의힘 후보[로이터]
페루 대선 1차 투표에서 한달여 진통 속에 마무리된 개표 결과 1위에 오르며 내달 7일 열리는 결선투표에 진출한 게이코 후지모리(51)는 고(故)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로 잘 알려진 페루의 유력 정치인이다.
부모의 이혼 후 불과 19세의 나이에 어머니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한 그는 부친 실각 후 미국에서 돌아와 2006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역대 최다 득표를 얻으며 화려하게 정계에 입문했다.
'소공녀'로서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정가에서 성공 가도를 달렸으나 곧 시련이 찾아왔다. 2011년 대선에 도전해 당당히 결선투표까지 올랐으나 좌파 성향인 오얀타 우말라 후보에게 패배하며 첫 좌절을 맛봤다. 44만7천표 차이의 분패였다.
절치부심한 그는 5년 후인 2016년에도 대선에 도전해 결선투표까지 진출했으나 이번에는 중도 우파 성향의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에게 석패했다. 권좌에 오르기에 부족했던 건 고작 4만1천58표. 페루 역대 대선 결선투표 역사상 가장 근소한 차이의 패배였다.
2018년에는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에 휘말리며 1년간 옥살이를 했다. 석방 두 달 만에 다시 부패 혐의로 감옥에 갔다가 3개월 만에 석방됐고, 2021년에는 다시 대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공산주의에 페루를 내어줄 수 없다'는 과격한 발언까지 해가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시골 초등교사 출신의 좌파 후보 페드로 카스티요 후보에게 4만4천표 차로 고배를 마셨다.
대선 결선투표마다 '한끝'이 부족했던 이유는 전국 곳곳에 퍼져있는 '반(反)후지모리' 정서 탓이 컸다.
'후지모리즘'은 우파 포퓰리즘과 보수주의,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정치 이념이다. 한때 페루에 번영을 가져왔으나 부패라는 고질적인 병폐를 페루 사회에 심어놨다. 아버지 후지모리는 물론 딸도, 그가 속한 당도 지속해서 부패에 휘말렸다.
이에 따라 후지모리가(家)는 '부패 정치인'이라는 인식을 떨쳐내고, '반후지모리즘'을 넘어서야 이번에 대권을 쟁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현지 언론에선 제기하고 있다.
정치학자인 알론소 카르데나스는 "알베르토 후지모리가 등장한 이후 페루는 후지모리주의와 반후지모리주의, 이렇게 두 진영으로 나뉘었다"며 "그 이후로 후지모리주의는 선거에서 다소 부각되거나 약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항상 존재해 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후지모리주의는 후지모리주의가 구현하고 대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라며 "우파, 중도, 좌파 모두에서 반후지모리주의가 존재하며, 이들은 후지모리만 아니면 누구에게든 투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후지모리즘 극복을 위한 카드로 게이코 후지모리는 우파적 색깔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우향우'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강력 범죄와 이민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힘센 미국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투표 전날 인터뷰에서 미국, 아르헨티나, 칠레, 에콰도르의 보수 지도자들과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지모리는 결선 진출을 확정 지은 15일(현지시간)에도 "이 나라에 필요한 것 질서와 치안"이라며 "이 나라에서 자행되는 범죄라는 골칫거리를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