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란 전쟁에 흔들이는 보험산업

2026-05-01 (금) 12:00:00 박기홍 HUB 가든그로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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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에 흔들이는 보험산업

박기홍 HUB 가든그로브 대표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과 군사 지도부를 겨냥한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걸프 전역에 대한 미사일·드론 보복 공격으로 응수하면서 세계 안보와 경제를 흔들고 있다. 이 지역은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는 주요 원유 생산 및 운송의 출발지라는 점에서 이번 전쟁이 불러온 충격파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보험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결국 궁극적으로는 전쟁과 무관한 개인들에게도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폭풍이 몰아친 곳은 해상보험(Marine Insurance) 시장이었다.

세계 원유와 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선박 전쟁위험 보험료는 단숨에 1,000% 이상 뛰어올랐다. 기존에 선박 보험가액의 0.25% 수준이던 보험료율이 최대 10%까지 치솟았고, 초대형 유조선 한 척이 해협을 편도 통과하는 데만 25만 달러 이상의 추가 보험료가 발생했다.


로이즈 시장의 합동전쟁위원회는 페르시아만 전체를 고위험 구역으로 지정했고, 일부 보험사는 아예 담보 제공을 거부했다. 전쟁 전 하루 178척이 통과하던 해협의 선박 교통량은 95% 이상 급감했다.

민간 보험이 손을 놓자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에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해상 교역에 정치적 위험보험을 제공하도록 지시했다. 전례 없는 정부의 보험 시장 직접 개입이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 사태를 ‘현대 글로벌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의 공급 차질’로 규정했다.

충격은 곧 미국 내 기업과 소비자의 일상으로 번졌다. 해협 봉쇄 이후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고, 급등한 연료비는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전쟁세(war tax)’로 작용했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배송에 연료 할증료를 추가했고, 유나이티드·델타·젯블루 항공은 수하물 요금을 인상하며 향후 노선 감축 가능성을 경고했다. FedEx는 디젤 가격 연동 할증료를 26.5%로 올렸다. 플라스틱 포장재, 음료, 세제 등 소비재 가격 인상도 줄줄이 예고됐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9% 올라 연간 인플레이션이 3.3%로 뛰었다.

소비자들의 생활도 달라졌다. 주유소 지출이 한 달 만에 16.5% 급증한 반면, 볼링장·이스케이프룸·외식 등 여가 소비는 2월 중순 이후 전년 대비 꾸준히 줄고 있다.

일반인들이 가입한 보험도 전쟁의 영향권에서 안전하지 않다. 먼저 여행보험의 맹점이 드러났다. 수천 편의 항공편이 취소되고 여행자들이 발이 묶였지만, 대부분의 표준 여행보험 약관에는 ‘전쟁으로 인한 취소’를 보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이 담겨 있다. 여행보험을 갖고 있어도 추가 숙박비와 귀국 항공편 비용은 고스란히 여행자의 부담이 됐다는 뜻이다. 자동차·재산보험은 아직 직접적인 변화가 없지만, 유가 상승에 따른 수리비 증가가 6~12개월 시차를 두고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것은 건강보험이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One Big Beautiful Bill’로 인해 ACA(오바마케어) 보험료 보조금이 삭감되면서 약 2,400만 명의 미국인이 보험료 급등 또는 보험 상실 위기에 처했을 정도로 미국의 보건복지 시스템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그런데 국방부가 의회에 전쟁 비용으로 2,000억 달러를 요청하자 공화당이 보건복지 비용 삭감을 통해 이를 충당하려고 하고 있다. 전쟁이 의료 보장의 안전망을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사이버보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이란과 연계된 해킹 그룹이 미국 의료기기 제조사를 공격하는 등, 지정학적 충돌이 사이버 전선으로도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보험 약관 속 ‘전쟁 면책 조항(War Exclusion Clause)’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작동하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대부분의 일반 보험은 전쟁·분쟁으로 인한 직접적 손실을 담보하지 않는다.

전쟁은 멀리서 벌어지는 사건처럼 보이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주유소 기름값을 올리고, 항공권과 택배비에 할증료를 붙이고, 건강보험 보조금을 삭감하는 경로로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지금이 바로 내가 가진 보험이 어디까지 나를 지켜주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때다.

문의 (800)943-4555

<박기홍 HUB 가든그로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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