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애인 소송 남발’ 심각… 1명이 2천건도

2026-04-28 (화) 12:00:00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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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T가 분석한 남용 실태

▶ 단 7명이 10년간 9천건이나
▶ “경미한 위반에 상습 소송”
▶ 업주들 수만불 합의금 부담

‘장애인 소송 남발’ 심각… 1명이 2천건도

LA 한인타운 한 샤핑몰 주차장의 장애인 주차구역 표시. [박상혁 기자]

남가주 지역에서 장애인 접근성 관련 법률을 악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무더기 소송’이 잇따르면서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27일 LA타임스(LAT)가 보도했다. 일부 원고와 특정 로펌이 중심이 돼 수천 건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영세 업주들이 막대한 합의금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LAT는 법원 기록 분석을 토대로 소수의 원고들이 동일 로펌의 대리로 수년간 수천 건에 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특히 인터넷 마케터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앤서니 부이어는 지난해에만 LA 카운티에서 200건이 넘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이어는 매장 내 카운터 높이나 주차장 경사, 통로 폭 등 장애인 접근성 기준을 위반한 요소를 찾아내 소송을 제기해왔다. 실제로 그는 한 식당에서 손이 닿기 어려운 카운터를 문제 삼았고, 인근 상점에서는 과일 저울 위치와 주차장 균열 등을 이유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같은 소송은 연방 ‘장애인법(ADA)’과 캘리포니아주 ‘언루 민권법(Unruh Civil Rights Act)’을 근거로 한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최소 4,000달러 이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소송이 집중되는 구조다.

문제는 일부 원고들이 경미한 위반 사항까지 문제 삼아 반복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실상 ‘전문 소송인’처럼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렌지카운티 기반의 매닝 로펌이 이들 원고를 대리해 남가주에서만 수천건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번 사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소송이 극소수 인물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법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남가주에서 제기된 ADA 관련 소송 가운데 단 7명의 원고가 9,000건 이상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원고별로 보면 소송 건수는 더욱 충격적이다. 브라이언 휘태커 한 사람이 무려 2,004건을 제기해 가장 많았고, 앤서니 부이어가 1,885건, 제임스 러더퍼드가 1,751건, 펄라 마헤노가 1,519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레베카 카스티요 799건, 제임스 셰일러 664건, 마이클 샌도발 461건 등 나머지 원고들도 수백 건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소수의 ‘상습 원고’들이 특정 로펌과 결합해 수천 건의 소송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으로,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의 ‘소송 산업화’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인 업주를 포함한 소상공인들은 과도한 소송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한 멕시코 음식점 업주는 2만5,000달러의 합의금을 요구받았으며, 협상 끝에 1만 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리커스토어 업주 역시 주차 공간 폭 문제로 1만4,000달러를 지급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업주들은 소송 대응 비용이 더 클 수밖에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에 나선다고 토로한다. 한 업주는 “아이들을 위해 써야 할 돈이 소송 비용으로 빠져나간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장애인 권익 옹호 측은 이러한 소송이 시설 개선을 유도하는 현실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ADA는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민권법으로, 법적 제재 없이는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사건에서는 허위 청구 및 과다 청구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매닝 로펌 대표는 허위 청구 관련 문제로 변호사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으며, 당국의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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