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전문의에게 물어보세요’
▶ 효과 없거나 오히려 해로운 약 복용 여전히 빈번
▶ 감기약 성분 변화 등 최신 의학 지침 반영해야
▶ “건강 지키려면 약장 속 ‘불필요한 약’부터 버려라”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것은 장 속에 사는 수조 개의 박테리아, 바이러스 및 기타 미생물로 이루어진 공동체인 장내 미생물군(gut microbiome)을 통과한다. 이 미생물들은 우리의 건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단쇄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s)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이 특별한 화합물은 대장을 보호하고 장 건강을 증진시킨다. 또한 염증을 낮추고 면역 체계를 조절하며, 체중 감량 약물인 위고비 등이 모방하는 강력한 포만 호르몬 GLP-1의 생성을 촉진한다.
하버드 의대 강사로 워싱턴포스트에 ‘의사에게 물어보세요’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트리샤 파스리차 내과 전문의는 “의사로서 나는 환자들에게 이 5가지 약을 없애라고 말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폐기할 필요가 있는 약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들 중 일부의 집에 있는 약장은 약국이라기보다 박물관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그래서 나는 봄맞이 대청소를 할 때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약장 정리를 한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름도 떠올리기 싫은 어느 겨울에 쓰다 남은 반쯤 비어 있는 부비동 약 병일 수도 있고, 이미 오래전에 버렸어야 했지만 “혹시 몰라서” 서랍 뒤편에 밀어 넣어 둔 처방약이 몇 년 동안 그대로 방치되어 있을 수도 있다.
심지어 당시에는 적절했던 의학적 조언에 따라 복용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보관할 가치가 없는 약들도 발견될 수 있다. 의학 지침은 매년 또는 때로는 조용히 변화하지만, 우리의 약장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과학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밝혀졌거나 오히려 해롭다고 판명된 약을 여전히 꾸준히 복용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늘 놀란다. 아래 다섯 가지는 다시 한번 점검하고, 의사와 간단히 상담한 뒤, 어쩌면 폐기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는 약들이다.
■심혈관 질환 1차 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수십 년 동안 하루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은 심장을 보호하고자 하는 50세 이상 많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통과 의례처럼 여겨졌다. (보통 약 81mg 정도로 용량이 낮기 때문에 ‘베이비 아스피린’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어린이에게 안전한 약은 아니므로 이 명칭은 이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의사들이 이를 권장했던 이유는 아스피린이 혈액 응고를 줄여 심장마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년 미국 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는 지침을 업데이트하여, 심장마비나 뇌졸중 병력이 없는 사람들, 즉 1차 예방 목적의 경우 60세 이상에서는 아스피린 복용을 새로 시작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2023년 미국 노인의학회 비어스 기준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스피린을 “복용 시작을 피해야 할 약”으로 분류했다.
그 이유는 심장마비나 뇌졸중 병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위장 출혈을 포함한 출혈 위험이 심혈관 예방 효과보다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점은, 이미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겪은 경우에는 아스피린이 2차 예방, 즉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혀 다른 문제다.
또한 심장마비나 뇌졸중 병력은 없지만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높은 40~59세 성인의 경우에도 개인별 상황에 따라 의사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심혈관 질환 병력도 없고 위험도도 높지 않은데, 단지 복용 이유를 재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년간 저용량 아스피린을 계속 복용하는 고령 환자들을 자주 보게 된다.
■많은 감기약에 들어 있는 ‘코막힘 완화 성분’
페닐에프린은 시중에서 흔히 판매되는 비강 충혈 완화제의 주요 성분이다. 그러나 2023년 9월 연방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는 현재까지의 데이터에 근거해 페닐에프린이 위약과 비교해 효과가 없다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이 성분은 체내에서 혈류로 도달하기 전에 장에서 대부분 흡수되기 때문에 실제로 코까지 도달하는 양이 매우 적다.
비강 충혈 완화제로서 실제 효과가 있는 성문은 슈도에페드린이었는데, 슈도에페드린은 메탐페타민 제조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약국 카운터 뒤로 사라지게 됐다. 그 이후 페닐에프린 사용이 급증했는데, 제약회사들은 감기약 제품에 페닐에프린으로 재조제해 사용했고, 우리는 사실상 위약에 돈을 지불해 온 셈이다.
진짜로 효과 있는 제품을 원한다면 여전히 슈도에페드린을 구할 수 있다. 다만 약국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요청해야 한다. 반면 집에 있는 페닐에프린 성분 제품은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다.
■단독으로 사용하는 변 완화제
콜레이스(Colace)는 효과가 없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단독 변 완화제로 사용할 경우 위약보다 의미 있게 더 나은 효과를 보이지 않으며, 이에 대한 근거는 이미 오래전부터 분명하게 제시되어 왔다.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무작위 대조시험들에서 도큐세이트 나트륨은 변비 개선에 있어 위약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3년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변비가 흔한 호스피스 환자들을 대상으로 도큐세이트+센나와 위약+센나를 비교했는데, 배변 횟수, 양, 상태, 환자의 주관적 만족도 등 모든 항목에서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두 그룹 모두 센나를 사용했기 때문에 도큐세이트의 효과만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었으며, 결과는 사실상 ‘0’에 가까웠다.
변비가 있다면 의사와 상담해 차전자피(psyllium)와 같은 더 효과적인 일반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고령자의 수면 또는 알러지 치료용 항히스타민제
디펜히드라민(베나드릴의 주요 성분)은 오랜 기간 사용되어 왔고 가격도 저렴해 안전한 약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특히 고령자에게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 2023년 비어스 기준에서는 디펜히드라민을 고령자에게 “강력히 피해야 할 약”으로 지정했다. 혼란, 졸림, 구강 건조, 변비, 요정체, 낙상 위험 증가 등 강력한 부작용 때문이다. 또한 고령자는 이 약을 체내에서 배출하는 속도가 느려 더 오래, 더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
이미 항콜린 작용을 가진 다른 약, 예를 들어 일부 항우울제, 방광 치료제, 위장약 등을 복용 중이라면 디펜히드라민을 추가하는 것은 문제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다.
알러지 치료에는 로라타딘이나 펙소페나딘과 같은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효과는 비슷하면서도 졸림을 덜 유발한다. 이는 이 약들이 혈액-뇌 장벽을 쉽게 통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65세 이상이라면 수면이든 다른 이유든 디펜히드라민 사용에 대해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데인 성분 기침 시럽
약장 뒤편에 남아 있는, 몇 년 전 호흡기 질환 때 사용했던 코데인 기침 시럽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유통기한이 지났다. 둘째, 생각만큼 효과가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2014년 코크란 리뷰에 따르면 두 건의 무작위 대조시험 결과, 코데인은 감기로 인한 기침을 줄이는 데 있어 위약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코데인은 변비, 졸림, 드물게는 호흡 억제 같은 부작용을 확실히 유발한다. 또한 의존성 위험이 있어 남은 약을 가족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FDA가 12세 미만 아동에서 코데인 사용을 제한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의학적 지침들은 변한다. 따라서 우리의 약장도 변해야 한다. 먼저 유통기한이 지난 약부터 점검해야 한다. 대부분의 약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서서히 효능이 떨어진다.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에피펜과 같은 중요한 약은 반드시 새 제품으로 교체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는 약을 안전하게 폐기하는 방법은 FDA 웹사이트의 지침을 참고하면 된다. 그리고 FDA의 ‘폐기 목록(flush list)’에 포함된 경우가 아니라면 약을 변기에 버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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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isha Pasricha,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