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나토 탈퇴 거론하지만 실행하려면 ‘산 넘어 산’

2026-04-01 (수) 06: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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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회 승인이나 상원 ⅔ 찬성 있어야 하고 유예기간 1년

▶ 마음만 먹으면 탈퇴 않고 병력 빼는 등 유명무실화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이란 전쟁에 비협조적이라고 불만을 터뜨리며 나토 탈퇴를 거론하고 있으나, 실제 탈퇴에는 법적·현실적 장벽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 후 미국의 나토 회원국 지위 유지를 재고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재고할 단계도 넘어섰다고 말하겠다"며 탈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쓴 표현을 보면 탈퇴 추진 의사를 굳힌 것으로 보이지만, 대통령 독단으로 나토에서 탈퇴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조 바이든 집권기인 2023년에 미국 의회는 대통령이 의회 승인 혹은 상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통과된 결의안 없이는 미국이 나토에서 "참여를 중단하거나, 종료하거나, 탈퇴"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서명해 공포한 국방수권법(NDAA)에 이 조항이 포함돼 있다.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장관을 맡고 있는 마크 루비오 당시 상원의원으로서 이 법안을 공동발의했으며, 2023년 12월에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을 때는 X에 "어떠한 미국 대통령도 나토에서 상원 승인 없이 탈퇴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루비오 장관의 입장은 트럼프 2기 집권기 들어서 바뀌었다.

그는 지난달 31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나토가 "일방통행 길"이 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의 나토 참여가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탈퇴를 위한 법적 절차를 성공적으로 밟기는 쉽지 않다.

개연성이 낮긴 하지만 설령 의회나 상원에서 나토 탈퇴안이 통과된다고 가정하더라도, 탈퇴 통보 1년 후에야 효력이 발생하도록 돼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력으로 볼 때, 법을 회피하거나 위반해서 나토 탈퇴 선언을 강행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2월 28일 이란에 대한 공격 개시도 의회 승인 없이 강행했다.

탈퇴의 또다른 걸림돌은 군사적 현실이다.

현재 유럽에는 미군 약 7만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위협으로부터 유럽을 보호하는 핵심 억지력이다.

또 미국의 핵무기는 유럽을 보호하는 매우 강력한 안전보장 수단이다.

나토를 연구하는 스텐 리닝 남덴마크대 교수는 1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미국이 나토에서 빠지게 될 경우 나토의 억지 및 방위 자세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경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하는 데에 더욱 거리낌이 없어질 것이며 튀르키예와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과 서유럽의 사이가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닝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를 탈퇴할 수도 있다는 위협을 실제로 실행이 옮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의견을 제시하면서 미국이 유럽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에 "근본적 이익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유럽 곳곳에 미군 기지를 유지함으로써 위협이 발생하더라도 미국 본토에 닿기 전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닝 교수는 "그(트럼프 대통령)는 미국이 유럽에 등을 돌림으로써 미국이 잃어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타토에서 탈퇴하면) 유럽이 잃을 것이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 탈퇴를 하지 않고도 나토를 유명무실화하는 것은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나토 주재 미국 상주대표부 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어쨌든, 법적 지위가 어떻든지, 트럼프는 병력을 철수하고, 나토 지휘 체계에서 미군을 빼내고, 공격 발생 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음으로써 나토를 약화시킬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완전히 합법적"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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