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T 점수 ‘제출 vs. 선택’ 양분
▶ 커뮤니티 칼리지 등록 증가
▶ 중상위권 대학 다양성 증가
▶ AI 에세이 평가 시스템 도입
오랜 기간 명문 대학 입학은 예측 가능한 공식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대학 입시 트렌드는 정책 변화, 기술 혁신, 인구 구조 변화, 법적 규정 등 여러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변화 중 하나는 상위권 명문대를 중심으로 표준화 시험(SAT·ACT)의 중요성이 다시 커지고 있지만, 1,800개가 넘는 대학은 여전히 시험 점수를 요구하지 않거나 선택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밖에 ‘인공지능’(AI)이 지원 학생들의 에세이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학생이 AI를 사용해 에세이를 작성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현재 대학 입시 판도를 바꾸는 주요 트렌드와, 이들 변화가 향후 대학 교육에 미칠 영향 등을 살펴본다.
■SAT 점수 ‘제출 vs. 선택’ 대학 양분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확산됐던 ‘시험 선택제’(Test-Optional) 정책은 점차 폐지되는 추세다. 최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다시 시험 점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버드대, 예일대, 다트머스대, 캘리포니아공대 등은 2024~2025학년도 입시부터 SAT 또는 ACT 점수 제출을 의무화했다.
데이터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잘 나타난다. 미국 대학 공통지원 플랫폼 ‘커먼앱’(Common App)에 따르면 2025년 시험 점수를 제출한 지원자는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이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험장이 폐쇄된 이후 처음 나타난 뚜렷한 증가세다.
반면 1,800개가 넘는 대학은 여전히 시험 선택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대학 입시는 ‘시험 점수가 중요한 대학’과 ‘시험이 필요 없는 대학’으로 나뉘어 지원하는 이중적인 구조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구조가 학생 가정의 경제적 여건에 따른 입시 격차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은 표준화 시험 준비를 위해 고액 과외와 시험 준비 프로그램을 적극 이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입시 경쟁력을 유지하는 일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칼리지 등록 증가
‘연방 학자금 보조 무로 신청서’(FAFSA) 개편 과정에서 불거진 혼란도 입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 FAFSA 시스템은 도입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많은 가정이 신청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신규 시스템 도입 첫해인 2023년 FAFSA 신규 신청자는 전년보다 약 43만2000명 감소했다. 이 때문에 이듬 해 18세 신입생 등록률은 약 5% 감소한 것으로도 분석됐다.
FAFSA 혼란의 영향으로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는 중하위권 대학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정원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커뮤니티 칼리지(2년제 대학)의 경우 등록률이 증가하는 등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2025년 가을학기 커뮤니티 칼리지 등록은 약 3~4% 증가했는데, 고등학생이 대학 수업을 미리 듣는 듀얼 등록 프로그램 확대와 자격증 과정 등록 증가가 등록률 상승 원인으로 분석된다.
■어퍼머티브 폐지…인종별 대학 이동
연방대법원이 인종을 고려한 대학 입학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을 금지한 이후 대학 캠퍼스의 인종 구성도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하버드대와 예일대에서는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 등록 비율이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학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당 인종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 이후 나타난 연쇄 효과로 인해, 최상위 대학에서 탈락한 일부 인종 학생들이 경쟁률이 조금 더 낮은 대학으로 이동하면서 일부 중상위권 대학에서는 다양성이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다양성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의 성장 배경과 삶의 경험을 묻는 에세이 질문을 확대하거나, 저소득층 우수 학생 모집을 강화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AI 에세이 평가 시스템 도입 늘어
대학 입시에서 ‘인공지능’(AI)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올해 대학에 지원한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는 약 390만 명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대학 입학 지원서가 폭증하면서 일부 대학들이 에세이 평가에 AI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버지니아 공대의 경우 수만 건의 에세이를 한 시간 이내에 분석하는 AI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 측은 AI가 에세이 평가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사람이 평가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편견도 줄일 수 있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알고리즘이 서툰 표현력이지만 진심이 담긴 글과 AI가 작성한 완성도 높은 글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학생 감소
많은 대학들은 오랫동안 등록금 전액을 부담하는 유학생들에게 재정의 많은 부분을 의존해 왔다. 그러나 최근 유학생 지원이 감소하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많은 대학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커먼앱 데이터에 따르면 유학생 지원은 전체적으로 약 7% 감소했다. 많은 유학생을 보내오는 인도에서 약 13% 감소했고, 가나(-34%) 등 아프리카 국가의 유학생도 큰 감소폭을 보이고 있다.
대학 입시 전문가들은 엄격해진 비자 정책, 소셜미디어까지 포함된 국경 보안 심사, 미국 정부가 유학생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유학생들은 미국 대신 캐나다, 영국, 호주 등 다른 나라 대학에 지원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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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