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틀 뒤 연방대법 심리…역사적 맥락 내세우며 대법관에 압박
▶ 상호관세 이어 출생시민권 금지도 위법 판결 나오면 큰 타격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의 적법성을 따지는 연방대법원 심리를 앞두고 출생시민권을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출생시민권은 터무니없이 자녀가 미국 시민이 되기를 바라는 중국이나 나머지 지역의 부자들을 위한 게 아니라 노예들의 자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이 문제를 논의까지 하며 중시하는 전세계 유일한 국가"라며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에 출생시민권이 도입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모든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고 법 아래 평등한 보호를 보장하는 미 수정헌법 14조는 남북전쟁 직후인 1868년 채택됐다.
흑인의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연방대법원의 1857년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이로써 흑인 노예와 자녀들도 시민권을 인정받는 길이 열렸다.
수정헌법 14조는 흑인 노예와 자녀들의 시민권을 보장하려고 채택된 것이지 미국에 일시적으로 혹은 불법적으로 체류하는 이들의 자녀에게 출생시민권을 주려고 마련된 것이 아니라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이다.
이어 1898년 연방대법원은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중국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웡 킴 아크에게 수정헌법 14조를 적용해 미국 시민권자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을 발표할 때까지 판례가 유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부자'를 거론한 것도 이 웡 킴 아크 사건을 환기시키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 웡 킴 아크 사건 당시에도 수정헌법 14조로 서부에 몰려온 이민자들의 자녀가 줄지어 시민권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 내에 있었다고 한다.
당시 국무부 소속이었던 프랜시스 워튼은 유럽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시민권을 주고 중국 이민자 부모의 자녀에게는 주지 않는 방안을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내 출생 여부가 아니라 부모의 국적에 따라 시민권 여부를 가려야 하며 중국인들은 미국 시민이 되기에 충분히 문명화되지 않았다는 논리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대법원에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의 정당성을 설득하면서 워튼 같은 19세기 후반 인사들의 논리를 끌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생시민권에 반대하고 인종분리를 주장한 19세기 후반의 알렉산더 포터 모스 변호사의 주장도 트럼프 행정부 대리인단의 소송 서류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하다고 판결한 데 대해 재차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틀 뒤인 4월 1일 연방대법원의 출생시민권 사건 변론을 앞두고 압박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관세에 이어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까지 위법 판결이 나오면 트럼프 행정부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물론이고 스스로를 노예의 후손으로 소개하는 보수 성향의 흑인 대법관 클래런스 토머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편을 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대법관 과반이 이념적 스펙트럼을 넘어 출생시민권을 재정의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의견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