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트디부아르전서 0-4로 완패
▶ 물 보충 휴식 후 뒷공간 노출
▶ 전술 변화 없이 선수만 교체
▶ 31일 오스트리아전서 재점검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
한국 축구대표팀이 ‘가상의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 참패를 당했다. 경기 내내 ‘홍명보식 3백’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가운데, 벤치의 전술 대응 능력 부재까지 겹치며 뼈아픈 결과를 받아 들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7일 영국 밀턴킨스의 스타디움MK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0-4로 대패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남아공전을 대비한 모의고사이자 A매치 1,000번째 경기였지만, 내용과 결과 모두 최악의 90분으로 기록됐다. 코트디부아르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37위로 한국(22위)보다 15계단 아래다.
가장 큰 문제는 헐거운 3백 라인이었다. 이날 홍 감독은 지난해부터 사용해 온 3백을 재가동하며 김태현(26·가시마), 김민재(30·뮌헨), 조유민(30·샤르자)을 선발로 내세웠다. 수비 상황에선 좌우 윙백인 설영우(28·즈베즈다)와 김문환(31·대전하나시티즌)까지 내려와 5백을 구축하겠다는 의도였다. 동시에 지난 시즌 전북 현대의 ‘더블’을 이끈 박진섭(31·저장)을 중원에 세워 수비라인 보호와 공수 조율을 맡겼다.
그러나 홍 감독의 구상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우선 3백의 오른쪽 라인에서 반복적으로 흔들렸다. 전반 35분 조유민이 상대 공격수 마샬 고도의 개인기와 피지컬에 밀리며 돌파를 허용했고, 그 결과 에반 게상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추가 시간에도 조유민이 시몬 아딩그라에게 순간적으로 공간을 허용한 것도 추가 실점의 빌미가 됐다. 당시 페널티박스 안에는 수비수 6명이 있었지만, 누구도 아딩그라의 한 박자 빠른 슈팅을 제어하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들어 조유민, 김문환, 박진섭을 빼고 이한범(24·미트윌란), 양현준(24·셀틱), 백승호(20·버밍엄) 등을 투입하며 반등을 노렸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후반 17분 상대 코너킥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다 게상에게 허무하게 세 번째 골을 내줬고, 경기 종료 직전에는 상대의 빠른 역습에 대처하지 못하고 윌프리드 싱고에게 네 번째 골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이날 대량 실점의 원인을 수비진에만 돌리기는 어렵다. 상대의 전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벤치의 책임이 더 크게 드러났다. 코트디부아르는 전반 24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전·후반 각 22분이 지난 후 3분간의 휴식시간) 이후 확연히 달라진 전술을 들고나왔다. 경기 초반 설영우와 김태현의 전방 압박에 막혀 전진 패스가 끊기자, 브레이크 이후 롱패스를 활용해 한국의 뒷공간을 직접 노린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지속적으로 공간을 내줬지만, 홍 감독과 코칭 스태프는 이렇다 할 전술 변화 없이 같은 포지션의 선수만 교체하며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본선 무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변수다. 짧은 휴식 시간 동안 전술을 재정비하고 흐름을 바꾸는 능력이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벤치의 유연한 대응력이 더 중요해졌다. 홍 감독 역시 경기 후 “(브레이크 전에는) 상태가 좋았는데, 그 3분 뒤 집중력이 떨어졌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대표팀은 내일(31일 LA시간 오전 11시45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오스트리아와의 평가전에서 무너진 수비 조직력과 전술 대응 문제를 동시에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