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메건 매카들 칼럼] 맥도날드의 ‘망한 영상’이 만든 뜻밖의 성공

2026-03-27 (금) 12:00:00 메건 매카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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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상에서 크리스 켐프친스키는 평범한 회사 휴게실로 보이는 공간에 앉아 있다. 인조 대리석 테이블, 눈에 띄지 않는 밝은 목재 캐비닛, 천장에는 흡음 타일이 깔려 있다.

그의 앞에는 휴게실 점심의 단골 메뉴인 맥도날드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놓여 있다. 공간처럼, 그는 브이넥 스웨터와 셔츠를 입은 단정하고 평범한 모습이다.

그는 상자를 두드리며 말한다. “이 제품 정말 좋아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중간급 재무 담당자가 새로운 경비 보고 시스템을 설명하는 듯한 담담한 열정이다. “정말 맛있어요.” 간단한 설명을 마친 그는 “이제 진실의 순간”이라며 아주 조심스럽게 한 입을 베어 문다.


사실 그는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다. 이 영상은 지난달 그의 링크드인 계정에 올라온 것으로, 신제품 ‘빅 아치(Big Arch)’의 미국 출시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유럽에서 테스트를 마친 이 버거는 이제 본격적인 시장에 나설 준비가 된 상태였다. 그리고 켐프친스키 역시 준비된 듯 보였다. 다만 그의 어색한 시식 장면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많은 반응은 매우 혹독했다. 한 댓글은 “그건 한 입도 아니잖아”라고 꼬집었고, 또 다른 이는 “오글거린다”고 평했다. 패러디 영상과 반응 영상, 심지어 AI로 만든 ‘NG 장면’까지 쏟아졌다. 경쟁사인 웬디스와 버거킹도 가세해 훨씬 더 열정적으로 햄버거를 먹는 자사 임원들의 영상을 올렸다.

겉보기에는 완전한 실패처럼 보인다. 그러나 오늘날의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에서는 오히려 대성공이다. 과거에는 신제품 출시가 일정한 공식을 따랐다.

제품을 개발하고, 일부 지역에서 테스트한 뒤, 성공하면 전국 단위 광고 캠페인을 펼쳤다. 그러면 전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 메뉴의 존재를 알게 되고, 호기심이나 기대감에 한 번쯤은 먹어보곤 했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한때 미국에는 3대 햄버거 체인, 3대 방송사가 있었고, 이들이 공통의 문화 코드를 형성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맥도날드를 이용했고, 수많은 광고 캠페인을 공유했다. 심지어 해당 제품을 사지 않는 사람들도 광고 문구를 알고 농담을 나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최근 기억나는 광고를 떠올려 보라. 아마도 수퍼보울 광고일 가능성이 크고, 그것도 한 번 보고 끝났을 확률이 높다. 이제 광고는 더 이상 과거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 과거 광고는 반복 노출을 통해 막대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사람들은 광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광고 문구를 일상어처럼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TV는 수많은 플랫폼으로 쪼개졌고, 공통의 문화 경험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제 신제품을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플루언서나 팟캐스터에게 홍보를 맡기거나, 아니면 스스로 인플루언서가 되는 수밖에 없다. 켐프친스키가 바로 그 경우다. 우리는 그를 비웃었다.

하지만 그를 조롱하는 영상과 패러디 하나하나가 “맥도날드가 새로운 대형 버거를 출시했다”는 메시지를 확산시켰다. 사실 필자도 사람들이 놀리는 영상을 보지 않았다면 이 버거의 존재조차 몰랐을 것이다.

이런 바이럴 순간은 저비용으로 얻는 최고의 마케팅이다. 전통 광고에 비하면 제작 비용도 훨씬 적다. 문제는 이런 성공이 매우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결국 대중의 관심, 혹은 비판에 의존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또 다른 문제는 공통 문화의 붕괴다. 예전에는 광고라는 상업적 메시지조차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문화의 일부였다. 물론 그것이 물건을 팔기 위한 것이었지만, 최소한 모두가 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은 이야기를 나눴다.

차라리 베토벤 교향곡을 함께 흥얼거렸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그때는 ‘함께’ 음악을 만들고 있었다.

<메건 매카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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