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들 “살해범이 정신이상으로 ‘무죄’라면 누가 사법제도 믿나”

킹카운티 검찰청이 24일 한인들을 대상으로 권이나씨 살해사건과 관련된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2년 9개월 전인 지난 2023년 6월 임신 8개월의 시애틀한인 여성 권이나(사망 당시 34세)씨를 총격 살해한 피의자 코델 구스비가 ‘정신이상에 의한 무죄(Not Guilty by Reason of InsanityㆍNGRI)’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한인사회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분노와 충격을 쏟아냈다.
킹카운티 검찰청은 24일 온라인 줌 설명회를 열고 리사 매니언 검사장과 수사 검사, 정신건강 담당 관계자들이 직접 참석해 사건 경과와 법적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이승영 변호사가 한국어와 영어로 사회를 본 가운데 진행된 이날 설명회에는 한인 언론과 단체장, 일반 한인 등 약 30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한인인 리사 매니언 검사장은 “예산 등을 최대한 투입해 피의자가 제대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검찰과 피의자 변호인측이 각각 의뢰한 정신감정 전문가 모두 범행 당시 구스비가 법적으로 ‘정신 이상 상태’였다는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매니언 검사장은 “워싱턴주 법상 이 같은 전문가 의견을 뒤집고 재판으로 갈 법적 근거가 없었다”면서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사건을 검토했지만, 법과 증거에 따라 NGRI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NGRI가 단순한 면죄가 아니라며, 피의자는 일반 교도소가 아닌 보안이 유지된 주립정신병원에 수용돼 법원의 지속적인 감독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치료 경과에 따라 제한적 외부 활동이나 조건부 석방 가능성은 법적으로 열려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하지만 한인들은 검찰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강한 불신과 분노를 드러냈다. “사람을 살해하고도 ‘무죄’라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 “이런 판결이 반복되면 사회 안전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 “요즘 정신적인 문제가 많은 청소년들에 모방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일부 참석자는 “정신질환 이력이 장기간 있었음에도 사전에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비극이 발생했다”며 현행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향후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또다시 같은 판결이 내려질 수 있느냐”, “검찰이 전문가 의견에도 불구하고 배심재판으로 갈 수 없었느냐”는 우려와 의견이 제기됐다.
검찰측은 “이번 사건은 형사 사법 시스템뿐 아니라 정신건강 대응 체계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며 “사전 개입과 치료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살인사건에 대해 ‘정신이상 무죄’가 적용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검찰측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50년 동안 킹 카운티에서 NGRI 전체 사례는 100건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처럼 살인사건에 대해 NGRI가 적용된 사례는 구체적인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법 개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정신질환이 있더라도 먼저 형사 재판을 통해 책임을 묻고 치료를 병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주법 개정을 위한 커뮤니티 차원의 대응 필요성도 언급됐다.
사회를 맡은 이승영 변호사는 “한인단체를 포함해 한인사회가 워싱턴주 상원과 의원 등을 대상으로 법 개정을 추진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황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