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르테미스와 오리온, 함께 달에 가다

2026-03-25 (수) 12:00:00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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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3일 해진 후 어슬녘에 길을 나섰을 때, 건물들 사이로 휘영청 떠오른 달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나 크고 쟁반같이 둥근 달, 고층빌딩들의 화려한 불빛을 압도하며 불쑥 솟아오른 정월대보름달의 위용이 얼마나 대단하던지, 경외감마저 느꼈던 순간이었다.

밤이 어두웠던 시절에는 그 신비하고 은밀한 빛의 힘이 훨씬 더 대단했을 터, 고대로부터 인류는 달에 매혹되어 시를 쓰고 헌사를 바치며 많은 신화와 전설을 심어놓았다.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태양의 신 아폴론의 쌍둥이누이였다. 사냥과 궁술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평생 순결을 맹세한 처녀신이었지만, 꼭 한번 거인사냥꾼 오리온과 사랑에 빠진 적이 있다.


하지만 둘의 사랑을 좋지 않게 여긴 아폴론이 어느 날 멀리서 수영하는 오리온을 보고 아르테미스에게 ‘저것을 쏘아 맞혀보라’고 부추겼다. 명사수 아르테미스는 누군지 모르고 화살을 당겼고, 뒤늦게 연인의 시체를 보고 큰 슬픔에 빠져 오리온을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3,500년 후,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와 오리온은 비극과 낭만의 신화를 과학의 힘으로 승화시켜 인류 달 탐사의 주역이 되었다. 아폴로 프로젝트가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여섯 번이나 달에 착륙해 12명의 우주비행사들이 각종 탐사작업을 수행한 데 이어, 21세기에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50년 만에 다시 달로 날아가 더 원대한 작업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아폴로는 미국의 단독 프로젝트였지만,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는 한국, 일본, 캐나다,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도 참여하고 있다. 이 계획에서 우주비행사들이 탑승하는 우주선 이름이 바로 오리온이며, 오리온 우주선은 귀환 후 계속 재사용되어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아르테미스와 붙어 다니게 된다.

아르테미스 1호는 2022년 11월 발사돼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이 때는 인체모방 마네킹을 태운 채 달 궤도를 안전하게 돌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오는 4월1일, 아르테미스 2호가 발사된다. 여기에는 4명의 우주비행사들이 탑승해 달 궤도를 돌다가 10일 후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달 착륙은 하지 않지만, 우주인들의 안전비행과 귀환을 테스트하는 것이 중요임무다. 비행사들은 라이드 와이즈먼, 빅터 글로버, 크리스티나 코흐, 제러미 핸슨으로 최초의 여성과 최초의 흑인이 포함돼있다.

인간의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은 2027년으로 예정된 아르테미스 3호. 4명의 비행사를 보내 그중 2명이 달 표면에 내리게 된다. 계획대로 된다면 58년만의 인간 달 착륙이 이뤄지는 것이다. 3호는 아울러 오리온우주선과 달착륙선의 랑데부 및 도킹, 새우주복의 시험 임무도 수행한다.

아르테미스 4호부터는 임무가 훨씬 더 커진다. 2028년 두 번에 걸쳐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를 구성하는 모듈을 운반할 예정이고, 2030년 예정된 아르테미스 5호 임무에는 우주정거장 모듈 운반은 물론, 월면차(Luna Terrain Vehicle)를 처음 사용하는 계획도 들어있다.


6호, 7호, 8호들은 더 나아가 달의 남극 부분에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대형설치물(Habitable Mobility Platform)을 세우고, 종국에는 베이스캠프와 창고시스템 등을 수송하게 된다.

나사에 따르면 미국정부와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채굴사업과 정착지 설립을 추진하면서 10년 안에 소규모 기지를 건설할 수 있다. 임시거주지 ‘문 빌리지’는 달 토양을 사용해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으며, 주거공간은 팽창식으로 설계해 재료사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전체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루나 게이트웨이’다. 이 우주정거장은 화성으로 향하는 유인탐사선의 출발기지는 물론, 미래 우주인들을 심우주로 이끌 거점이 될 전망이다. 이 프로젝트는 좀더 이른 시기에 계획돼있었으나 나사의 거듭된 예산 삭감으로 2030년 이후로 밀려났다. 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이 필요한 이유는 지구에서 우주선을 발사하면 지구중력을 벗어나는 데 엄청난 에너지와 로켓연료가 필요하지만, 중력이 약한 달에서 발사하면 훨씬 연료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사실 달 기지와 우주정거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상과학드라마에 등장할 정도로 실현가능성이 매우 높은 우주프로젝트의 하나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클래식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한 물리학자가 민간 우주셔틀을 타고 제5 우주정거장을 경유해 미국 달 기지에 도착한다. 이곳 지하 크레이터에서 발견된 모노리스를 조사하기 위한 우주출장이다.

2009년 SF영화 ‘더 문’(The Moon)은 달의 자원채굴 기지에서 일하는 직원이 통신위성 고장으로 3년간 고립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애드 아스트라’(Ad Astra, 2019)에서는 해왕성으로 가는 우주비행사가 중간기착지로 달 기지와 화성 기지에 들르는데, 이 시기 달과 화성은 수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곳곳에서 해적이 출몰하는 무법지대가 되어있다.

시인들이 노래하던 토끼와 계수나무의 달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이제 달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또 하나의 건설과 채굴산업 현장?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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