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원유수출 핵심 공습
▶ 트럼프 “군사 목표 파괴 석유 인프라는 공격 안해”
▶ 이란은 UAE 푸자이라 공격
▶ “에너지 거점들 우려 고조”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의 석유 저장고에서 요격된 이란 드론의 파편이 떨어져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
미국이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을 전격 공격하고 나섰다. 하르그섬의 군사시설 90개 이상을 타격했다는 미국에 이란은 걸프 인근 에너지 시설에 대한 무차별적인 보복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하르그섬 내 군사시설을 제거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격 중 하나”라면서도 “품위를 이유로 이 섬의 석유 인프라를 파괴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하르그섬을 공습해 기뢰 저장시설, 미사일 벙커 등 90개 이상의 군사시설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다만 원유 시설은 파괴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하르그섬의 군사시설을 집중 타격하면서 석유 인프라는 보존한 것은 국제유가 불안을 부채질하지 않으면서도 이란이 봉쇄한 중동의 원유 수출 항로인 호르무즈해협의 통항 재개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영국 왕립 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에너지 연구원인 페트라스 카티나스는 “하르그섬은 이란 정부와 군대의 자금 조달에 매우 중요하다”며 “하르그섬이 미군에 장악되면 미국은 이란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르그섬의 원유 시설은 공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이란은 하르그섬 공격을 석유 인프라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맞보복으로 걸프 지역 내 석유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또한 MS나우와의 화상인터뷰에서 “중동 내 미국 회사 또는 미국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시설을 공격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란은 즉각 행동으로 옮겼다. 미군의 하르그섬 폭격 직후 호르무즈해협의 대표 우회로로 꼽히는 UAE의 푸자이라 항구가 이란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았다. 푸자이라 당국은 14일 이란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포착해 요격했지만, 파편이 푸자이라 항구의 석유 저장고에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푸자이라 항구는 호르무즈해협 바깥의 원유 수출 거점으로, 현재 이란의 봉쇄로 막힌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원유 수송로로 꼽힌다. 인도양과 통하는 오만만에 위치해 있으며, UAE 아부다비 유전과 약 400㎞에 달하는 육상 송유관(ADCOP)으로도 이어져 있다. 하루 약 100만 배럴의 원유가 이곳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으로 수출된다. 푸자이라 항구를 겨냥한 이란의 이번 공격으로 원유 선적 작업은 하루동안 전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사우디아리바아 군 당국은 이날 이란의 드론 10대와 탄도미사일 6발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탄도미사일은 사우디 내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와 석유 인프라가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알카르지를 겨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도 다수의 이란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했다. 쿠웨이트의 아흐메드 알 자베르 공군기지에서는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군인 3명이 다쳤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하르그섬 공습으로 미국·이란 전쟁이 격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레이첼 지엠바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다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석유 시장과 전쟁의 향방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이란의 보복 여부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