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테슬라 등 로봇개발 드라이브
▶ 제조원가 2023년보다 40% 하락
▶ 현대차도 2년후부터 단계적 투입
▶ 인간 노동 체제 붕괴 우려 커져
▶ 노로 업무범위 설정 등 서둘러야
글로벌 기업들이 휴머노이드와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생산성 향상에 목을 매는 모습이다. 생산 현장의 노동 주체가 인간에서 로봇으로 본격적으로 이동하는 ‘레이버 시프트’ 시점도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아마존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빅테크 4개 기업의 지난해 말 실적 및 올해 투자 계획 등에 따르면 이들 기업 4곳의 지난해 AI 인프라 분야 자본투자(CAPEX)는 3746억 달러(약 548조 원)였지만 올해는 5900억 달러(약 865조 원)가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AI 인프라 부문에는 AI 데이터센터는 물론 피지컬 AI 등 휴머노이드 관련 투자도 포함되는 만큼 이 중 상당한 규모가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AI 로봇 분야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테슬라 역시 프리몬트 공장을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생산 공장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올해 투자액의 적지 않은 부분을 투입할 계획이다.
초거대기업들의 투자가 증가하면서 휴머노이드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정보 기업인 트랙슨에 따르면 지난해 자율 로봇 스타트업에 약 70억 달러(약 10조 2955억 원) 규모의 투자가 유치됐다. 올 들어서도 1분기가 지나기도 전에 179억 달러가 유입됐다.
휴머노이드 투자가 급증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에 목을 맨 기업들이 휴머노이드를 조금이라도 빨리 실제 생산 현장에 투입하고자 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한 만큼 현실화 시점이 빨라질 수 있는 만큼 이 시기를 자신들이 앞당겨 미래 산업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다만 노동 대체 시점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노동계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AI와 로봇이 모든 인간 노동을 뺏앗아갈 것이라고 믿는 순간 해결점을 찾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로봇 1대가 3명 이상 몫”…파업·산재 ‘노동 족쇄’도 벗어
올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6’. 이곳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선보이자 산업계는 술렁였다.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 아틀라스의 움직임은 놀라웠다. 하지만 대중들을 더욱 경악하게 한 장면은 배터리 전력이 부족하자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하는 아틀라스의 모습이었다.
사실 현재 휴머노이드의 생산성은 인간보다 떨어진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기업 유비테크도 현재 최신 모델인 워커 S2의 작업 효율이 인간의 30~50%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루 24시간을 일한다면 생산성은 확실히 역전되겠지만 현재 기술로 휴머노이드의 배터리는 4시간이면 대개 방전된다. 인간이 휴머노이드의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충전해줘야 하는데 이 경우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틀라스의 자가 배터리 교체는 휴머노이드의 작업장 도입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병목 지점을 단숨에 없애버렸다. 휴머노이드가 배터리를 스스로 교체하고 다 쓴 배터리는 충전기에 장착할 수 있게 되면서 작업 시간을 거의 무한대로 늘릴 수 있게 된 셈이다.
미국의 빅테크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마다 2배 가까운 규모로 투자액을 늘리는 모습이다. 이들이 돈을 풀기 시작하면서 휴머노이드 스타트업에도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휴머노이드 도입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려는 휴머노이드판 ‘스케일링 법칙’이 가속화되는 셈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프리몬트 공장을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생산 공장으로 전환하기로 하는 등 옵티머스 생산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2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200억 달러 투자는 현재 440억 달러의 현금과 투자 자산을 가진 테슬라로서도 만만찮은 자금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콜을 통해 “무슨 일이 있어도 테슬라가 번영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또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함께 조지아 메가팩토리에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투입하기로 했다. 부품 시퀀싱에서 조립 등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여기에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포스콘과 엔비디아 역시 휴스턴에 있는 AI 서버 공장에 올해 초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배치를 계획하고 있고 메르세데스벤츠와 아프트로닉은 아폴로 휴머노이드의 파일럿을 부품 이동이나 초기 품질 검사 등에 투입하기로 협력을 맺었다. 휴머노이드 로봇 NEO를 개발한 AI 및 로봇 기업 1X는 지난해 말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중 하나인 EQT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1만 대 공급 계획에 합의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휴머노이드에 수백억 달러의 돈을 쏟아붓는 것은 결국 인간의 노동을 로봇으로 대체할 경우 정체 중인 인간의 노동생산성 한계를 단숨에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현재 미국 물류 현장 기준으로 연간 약 2080시간(주 40시간) 근무하는 노동자의 경우 연간 약 6만 2400달러를 받는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30달러 정도다. 하지만 현재 상용화 초기 단계인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지트’와 같은 로봇의 경우 하드웨어 감가상각과 유지보수비를 합산했을 때 인간 시급의 40~60% 수준인 시간당 10~12달러 수준에서 비용이 형성된다. 이를 5년 정도 장기간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휴머노이드의 운영 비용은 5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대런 아세모글루 교수는 “로봇 1대가 추가될 때마다 약 3.3~6.6명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로봇 1대가 최소 사람 3명 이상의 몫을 한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의 생산성은 앞으로 더욱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골드만삭스는 2024년 휴머노이드 로봇 보고서를 내면서 휴머노이드 제조 원가가 2023년 대비 약 40% 하락했고 투자 회수 기간도 2~3년 앞당겨졌다고 분석했다. 점차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셈이다.
생산성뿐만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간 노동으로 야기할 수 있는 갖가지 문제들, 예컨대 노동쟁의나 산업재해 등으로 비용 감소도 기업의 휴머노이드 도입 필요성을 높아지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약 36조 4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치료비뿐만 아니라 생산 저하, 시설 복구비, 그랜드 가치 하락 등의 비용을 따지면 직접적인 비용보다 간접 손실이 더 크다. 노동쟁의에 따른 손실도 만만치 않다. 2022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정부는 시멘트·철강·자동차 등 주요 업종에서 약 3조 5000억 원 이상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고 집계한 바 있다.
여러 이유로 기업의 휴머노이드 도입과 상용화는 피할 수 없는 거센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 시기는 기업의 투자 등을 고려하면 더 빨라질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인간의 노동도 그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업무 범위를 설정해 인간 노동이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가장 시급한 것은 현재의 업무를 해체한 뒤 AI와 결합된 로봇이 현장에 들어올 때 이 업무를 재구성하는 것”이라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인간이 로봇을 도구로서 활용하지 못한다면 로봇이 인간을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