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핵잠수함 지휘해야’ 美의회보고서에 호주 야권 반발
호주의 미국산 핵 추진 잠수함 도입 계획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최근 호주에 잠수함을 판매하지 않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보고서를 낸 뒤 호주 정가에선 협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1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핵 추진 잠수함을 호주에 제공하기로 했다.
당시 미국, 영국, 호주가 체결한 오커스 안보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2032년부터 호주에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3척을 판매할 예정이다.
다만 CRS 보고서는 중국과의 충돌 상황에서는 호주에 넘긴 핵 추진 잠수함이 실제로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가 지금껏 중국과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반드시 미국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CRS는 중국과 분쟁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호주가 지휘하는 잠수함은 즉각 현장에 출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입장에선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넘겨도 중국에 대한 억지력과 전투 수행 능력을 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약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CRS는 대안으로 호주에 판매할 예정인 잠수함을 미군 지휘 아래 두고 호주 기지에서 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호주에 잠수함을 판매하겠다는 협정 내용과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다.
호주 야권은 이 같은 보고서 내용에 대해 일제히 반발했다.
자유당 소속인 맬컴 턴불 전 총리는 오커스 협정 자체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라고 비판했다.
호주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잠수함 기지와 정비시설을 건설한 뒤에도 핵 추진 잠수함을 구매하지 못한다면, 호주가 낸 돈으로 잠수함 기지와 정비시설을 확보하게 되는 미국에만 좋은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턴불 전 총리는 미국이 언제든 잠수함 판매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들었다.
미국은 미 해군 전력 유지에 필요할 경우 호주에 잠수함을 판매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조선 능력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미 해군은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66척 보유하겠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지만, 4분의 3 수준인 49척만 보유한 상태다.
미국이 자국 수요를 충족하려면 연 2척을 건조해야 하지만, 미국 조선소의 건조 속도는 2022년 이후 연 1.1~1.2척에 불과한 상태다.
턴불 전 총리는 호주에 잠수함을 공급하기 위해선 미국 조선소의 건조 속도가 크게 늘어나야 한다면서 "몇 년 안에 건조 속도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호주 정부는 이 같은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리처드 멀스 호주 국방장관은 "미국 의회 보고서는 논평에 불과하다"라며 "오커스 협정은 전속력으로 추진 중"이라고 일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