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 25%’ 엄포에 통상 투톱 방미
▶ 1시간 넘게 대화, 합의점 못찾아
▶ 관세 질문엔 “결론 난 게 아니다”
▶ 여한구도 USTR 대표와 회동 계획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끝이 없다. 일방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미(對美) 투자 속도 시비에 한국 통상 당국 ‘투 톱’이 부랴부랴 미국으로 날아왔다. 국가별 관세(상호관세)를 무효화할 수 있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집착이 더 강해지는 모습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9일 워싱턴 상무부 청사를 찾아 카운터파트(외교 상대방)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1시간 넘게 관세 관련 담판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오후 5시쯤 상무부 청사에 들어갔다가 1시간 반이 좀 덜 지나 빠져나온 김 장관은 취재진에 “많은 이야기를 했고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잘해 보고 오겠다”는 각오를 피력한 뒤 러트닉 장관을 만난 그는 ‘미국의 관세 인상을 막았느냐’는 질문에 “막았다 안 막았다 그런 이야기까지는 아니다”라며 “아직 결론이 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장관의 방미는 미국의 관세 재인상 위협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이 대상인 품목별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무역 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올리겠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혔다. 갑작스러운 예고였다. 관세 인하를 챙긴 한국의 국회가 대미 투자 약속 이행에 필요한 특별법을 아직 제정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로 언급됐지만, 양국은 특별법 입법 시한에 합의하지 않았다. 한국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을 보유한 미국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상 설득 외에 다른 도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캐나다 방문 일정을 서둘러 마치고 전날 워싱턴에 도착한 김 장관은 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우리 국내 입법 진행 상황에 대해 오해가 없도록 잘 설명하고 미국과의 협력·투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잘 충실히 설명하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은 다시 총력전 태세다. 11~16일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 지 2주도 안 된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다시 방미 길에 올랐다. “합리적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다각도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출국해 이날 밤 워싱턴에 도착한 여 본부장은 30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달 4일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 참석차 미국을 찾는 조현 외교부 장관도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관세 문제를 의제로 삼을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트집이 어떻게든 투자를 더 빨리 받아 내려는 심산으로 보여 논리적 설득이 통할지 의문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전날 삼성이 워싱턴에서 주최한 ‘이건희 컬렉션(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기증 소장품)’ 해외 전시 성공 기념 만찬 파티 축사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가 “선택이 아닌 의무의 이행”이자 “진정한 양국 간 협력”이라고 강조한 뒤 한국 국회에 협력을 위한 다음 단계를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상무부도 엑스(X)에 러트닉 장관의 전날 삼성 행사 축사 사진과 함께 “진정한 파트너십은 진정한 투자를 의미한다”는 문구를 올렸다.
이런 조바심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도 드러났다. 이날 트루스소셜에 “내가 펜만 한번 놀리면 수십억 달러(수조 원)가 미국에 들어올 것”이라고 쓴 그는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회의에서도 “우리가 사실 그간 너무 친절했다”며 미국이 각국에 물리는 관세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을(much steeper)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이르면 내달 20일 미국 대법원이 내릴 수도 있는 상호관세 적법성 판단의 영향이다. 관세 부과 토대가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상대국이 관세 반대급부 제공에 소극적이지 못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짐짓 압박 강도를 높여 단속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관세가 미국에 엄청난 힘과 국가 안보를 가져다준 데다 미국이 수천억 달러(수백조 원)의 관세 수입을 얻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을 돌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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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권경성 특파원·손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