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병오년 새해를 맞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다. 한반도 평화는 더 이상 주변국의 결정에만 맡겨둘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 외교의 큰 파도 앞에서 관망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방향을 제시하는 주체가 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새해 벽두인 1월 4일부터 7일까지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은 그러한 선택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관계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이 지점에서 가능성을 본다. 한반도 긴장 관리와 대화 재개는 중국에게도 전략적 부담이자 필요이기 때문이다. 완전한 해결이 아니라 하더라도, 긴장을 낮추고 대화의 문을 다시 여는 현실적 합의는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중·일 갈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동북아는 점점 갈등의 구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한반도 문제는 자칫 주변부로 밀려날 위험이 있다.
강대국 갈등이 심화될수록, 작은 불안 요소는 쉽게 방치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명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 안정의 부수적 결과가 아니라, 그 출발점이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해야 한다.
4월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 역시 중요한 분기점이다. 미·중 관계는 경쟁과 협력, 긴장과 관리가 공존하는 복합적 국면에 있다. 이 회담이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책임 있는 관리로 이어질지, 아니면 전략 경쟁의 부속 변수로 취급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침묵할수록 한반도는 타인의 의제 속에 종속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더욱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치권의 시선은 점차 미국내의 문제로 향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워싱턴에 있는 미주 한인사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한반도 평화가 단지 외교적 이상이 아니라, 미국의 안보와 직결된 현실적 과제임을 설득하고 설명할 수 있는 위치에 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병오년은 말의 해답게 빠르고 역동적인 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한반도 평화는 기다린다고 오지 않는다. 준비하고, 말하고, 행동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워싱턴협의회는 2026년 한 해 동안 공공외교를 통해 이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고자 한다. 워싱턴 동포사회 역시 이 시대의 방관자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로 자리해 주시길 기대한다.
병오년 새해, 이제는 우리의 역할을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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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워싱턴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