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연말 글로벌종전외교 마무리…돌파구없었지만 동력유지

2025-12-29 (월) 0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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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러라고서 ‘우크라·가자 종전’ 위한 연쇄 정상회담에 이목 집중
▶ 하마스 무장해제 압박·이란 핵무기 재개 경고장…중동긴장은 여전

▶ 러-우크라 종전 ‘95% 합의’ 거론했지만 ‘푸틴관저 공격설’로 상황 악화
▶ 협상지속 동력 확인 성과… ‘내치위기’ 트럼프, 외교로 시선돌리기 시도 모양새

트럼프, 연말 글로벌종전외교 마무리…돌파구없었지만 동력유지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연말을 맞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에서 자신이 마련한 평화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終戰) 정상외교가 29일 마무리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전화로 잇따라 소통했고,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했다.

다만, 이틀에 걸친 굵직한 외교전에서 이들 분쟁의 완전한 종식 및 평화 정착을 위한 뚜렷한 해법이나 합의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진전 사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한 데 이어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가자지구 전쟁은 현재 1단계 휴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가자 평화 구상에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합의한 데 이어 중동 대다수 국가가 지지를 표한 결과다.

이날 회담은 양측이 간헐적 무력 충돌을 이어가고 분쟁 재개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마스 무장해제 및 이스라엘 철군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평화구상 2단계 이행이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힌 상황에서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두 정상의 입장에 "차이가 거의 없다"며 이스라엘의 입장에 힘을 실었고, 네타냐후 총리도 "생산적인 회담"이었다고 입을 맞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휴전 2단계 이행을 위한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하마스 무장해제를 위한 해법으로 하마스에 끔찍한 후과가 뒤따를 것이라는 고강도 위협을 했다.

그는 하마스가 무장을 해제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이 아니라 자신의 평화 구상을 지지한 중동의 다른 국가들이 하마스를 "없애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미군의 군사자산을 활용해 핵시설에 결정적 폭격을 가한 중동의 최대 적국 이란에 대해서도 탄도 미사일 및 핵무기 프로그램 재개 가능성이 있음을 공개하면서 중동 지역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이란의 무기 프로그램 증강 움직임에 대해선 이스라엘과 함께 다시 폭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열린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서도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미국의 평화 협정 중재를 통해 양측이 종전 타결에 95% 접근했다고 언급하는 등 조만간 전쟁 종식을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러시아가 푸틴 관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우크라이나가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 재차 이뤄진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공격에 대해 직접 들었다면서 "매우 화가 났다. 지금은 그런 짓을 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반응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연이틀 개최된 대형 정상회담 이벤트에서 분쟁 종식을 위한 중대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종식에 대한 의지와 집중력을 잃지 않았음을 연말에 보여줌으로써 내년에 협상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을 확인했다는 점은 성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미국이 제공할 안전보장의 유효기간 확장 등 요구사항을 조금씩 개진해 나갔고, 네타냐후 총리 역시 전쟁을 계속하려 한다는 미 행정부 일각의 불만을 잠재우며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등 두 정상이 나름의 미국 방문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집권 2기 행정부 출범 첫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대표적 글로벌 분쟁을 해결하려는 자신의 노력에 대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이벤트를 기획한 것은 집권 2기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국내 정치 상황으로부터 유권자들의 시선을 돌리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기 레임덕 여부를 가를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물가로 인한 유권자 불만이 쌓이며 지지율이 떨어진 데다, 죽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수사 문건, 일명 '엡스타인 파일'이 공개되면서 곤혹스러워진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기 발발한 전쟁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리더십을 강조함으로써 정치적 돌파구 마련을 시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한편, 이번 종전 외교가 워싱턴DC가 아닌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진행되면서 이곳이 '트럼프의 겨울 백악관'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지난 20일 새벽 마러라고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까지 열흘 동안 이곳에서 머무르고 있다.

그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황금함대' 구상을 공개하면서 미 해군의 새 호위함이 한국 기업 한화와 협력해 건조될 것이라고 밝혔고, 성탄절 연휴를 보낸 뒤 연이틀 정상외교까지 진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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