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 아내의 절박한 구명 호소, 결혼 영주권인터뷰 직후 ICE에 체포
▶ 법원 출석기일 놓쳐 자동추방 명령, 추방명령 취소 불구 석방 안해

황태하씨와 그의 아내 셀레나 디아즈. [고펀드미 캡처]
미국인 여성과 결혼한 30대 한인 남성이 영주권 인터뷰 직후 체포돼 40일 넘게 구금 중이라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LA지역 방송국 KTLA5에 따르면 한국계 이민자 황태하(38)씨는 지난 10월29일 LA 이민국에서 영주권 인터뷰를 마친 직후 수갑이 채워져 구금됐다.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3개월에 미국으로 건너 온 황씨는 지난 2월 아내 셀레나 디아즈와 결혼했다. 황씨와 디아즈는 영주권 심사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인터뷰 과정에서 적절한 서류없이 미국에 체류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된 것이다.
황씨가 체포된 이유는 지난해 5월 조건부 영주권 관련 법원 출석기일을 놓쳤기 때문이었다.
당시 이사 과정에서 주소 변경 신고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법원 통지서를 받지 못했고, 이를 ‘법원 명령 불이행’으로 간주해 자동 추방 명령이 내려졌던 것이다.
그러나 황씨와 아내는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영주권 인터뷰에 참석했고, 인터뷰 직후 ICE가 이미 내려진 추방 명령을 근거로 그를 곧바로 체포했다.
아내 디아즈는 “남편이 40일 넘게 개처럼 갇혀 있다”며 “처음엔 몇 시간 동안 연락도 되지 않았고, 담요도 없이 바닥에서 자며 30시간 넘게 유치장에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아델란토 ICE 수용소의 환경 역시 매우 열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아즈는 “수용소에는 2층 침대 70개가 두 줄로 놓여 있어 140명이 한 공간에 갇혀 있다. 경비원은 단 한 명뿐”이라고 했다. 또한 “환기 시설도 없으며, 샤워실에서는 배설물 냄새가 난다”는 남편의 말을 전했다.
황씨 사건의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미 추방명령이 취소됐음에도 ICE는 황씨를 석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26일 이민 판사는 황씨의 추방 명령을 취소하고, 새 심리 일정을 2026년 3월27일로 정했다. 황씨가 법원 통지서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그럼에도 ICE는 보석여부를 검토한다는 이유로 그를 계속 구금하고 있다.
연방국토안보부(DHS)는 “황씨는 F-1 학생비자 체류기간을 위반해 불법 체류했고, 법원 출석명령을 무시해 1년전 추방명령을 받았다”며 “이민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구금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디아즈는 규정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황씨가 받는 처우는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디아즈는 남편이 연말 전 석방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미국의 아름다움은 누구나 미국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고, 미국은 이민자들에 의해 건설됐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부의 사연은 기부금 모금 웹사이트 ‘고펀드미’에도 소개돼 12일 기준 1만2,000여달러가 모였다. 부부는 기부금으로 보석금과 변호사 비용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