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 칼럼> 나에게는 진정한 친구가 있는가?

2025-12-10 (수) 03:08:12
크게 작게

▶ 김태훈 목사/새누리선교교회 담임

이번 주중에 아내와 함께 텍사스 달라스에 계신 장모님과 나의 아버지를 잠깐 뵙고 왔다.

장모님께서는 94세로, 최근 큰 수술을 받고 재활원에 홀로 계시기에 찾아뵈었다. 또한 아버지는 은퇴하신 목사님으로, 몇 년 전에 어머님께서 먼저 소천하셔서 혼자 계시는데 자주 찾아뵙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뿐이다.

이번에는 장모님 병문안을 왔다가 겸사겸사 아버지도 찾아뵌것이다. 이번에 방문하여 아버지를 뵈니, 감사하게도 지난번보다 더 건강해 보이셨다. 이유를 여쭈어 보니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 근처 커뮤니티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그런데 운동을 하실 때마다 함께하는 또래 친구가 있어서 더욱 즐겁다고 하셨다. 친구가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꾸준히 운동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함께 운동하는 친구가 참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장모님도 재활원에 혼자 계셔서 무척 외로우실 것 같았는데, 감사하게도 그곳에서 연령이 비슷한 한국 할머니 한 분과 친해져 말동무가 생기다 보니 덜 외롭다고 하셨다. 새삼 함께하는 친구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하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오래전 강원도 인제 시골 마을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내며 뛰놀던 죽마고우가 떠올랐다. 늘 함께하던 그 친구가 갑자기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어린 나이에 큰 충격을 받으며 친구의 소중함이 얼마나 큰지 뼈저리게 깨달은 적이 있다.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존재가 되어주는 친구라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는 지금까지도 마음 깊은 곳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렇다면 좋은 친구의 조건은 무엇일까? 흥미롭게도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도대체 친구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을 친구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많은 이들이 응답한 결과, 진정한 친구에 대한 정의가 정리된 것을 보게 되었다. 진정한 친구란 첫째로 모든 사람이, 온 세상 사람이 다 나를 버릴 때에 그때에 나를 찾아오는 사람, 어떤 이유로든지 모든 사람이 나를 배척하고 버릴 때에 나에게 가까이 오는 사람이 친구라는 것이다. 둘째로 진정한 친구란 나의 침묵을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긴 말이 필요 없고, 심지어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침묵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나는 너를 안다. 네 억울함을 안다. 네 고통을 안다. 네 진실을 안다’라는 식으로 나의 침묵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친구라는 것이다.

셋째로 진정한 친구란 나의 기쁨을 곱해 주기도 하고 나의 슬픔을 쪼개 주는 자라는 것이다. 이런 친구를 만나면 기쁨이 배나 커지고 슬픈 마음으로 만나면 슬픈 마음이 반으로 감해지는 것이다…

나는 감사하게도 주변에 몇몇 좋은 동료 목사님 친구들이 있다. 목회가 바쁘다 보니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시간을 정해놓고 만날 때마다 함께 교제하고 기도 제목을 나누며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는 소중한 분들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만나면 기쁨이 배가 되고 슬픔은 반으로 줄어드는 친구들, 침묵할 때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친구들, 그리고 끝까지 함께 걸어갈 수 있다고 여겨지는 귀한 친구들이다.

나는 이처럼 친구의 소중함을 알기에 종종 교회 성도들에게 “진정한 친구가 주변에 있는가”라고 묻곤 한다. 그러면 어떤 분들은 이민 생활을 치열하게 살아오다 보니 친구를 사귈 시간조차 없어 주변에 친구가 전혀 없다고 씁쓸하게 대답을 한다. 그럴 때 나는 잘 찾아보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바깥에 친구가 없으면 바로 옆에 있는 남편이나 아내가 그 친구일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교회 식구가 그런 친구가 되어줄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그래도 없다고 한다면, 우리에게는 여전히 가장 소중한 친구, 바로 예수님이 언제나 함께하고 계시다고 말씀드린다. 그렇다!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며, 말씀과 기도로 만날 때마다 기쁨을 배가시키고 슬픔을 위로해 주시며, 때로는 너무 힘들어 말조차 나오지 않는 침묵의 순간에도 우리의 마음을 아시고 위로하시는 절대적인 친구이신 예수님!!!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주변을 잘 살펴보며, 혹시 친구 없이 외로이 살아가는 분들이 보인다면 먼저 다가가 진정한 친구가 되어 주는 우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