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삶의 주인공은 나

2025-11-28 (금) 0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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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지 / 변호사 Prosper Law PLLC 대표

한국에서 오래 살다 이곳에 오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공공장소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규칙”과 “제약” 에 익숙해져 살아왔는지 깨닫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공동체와 조화를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개인의 자유보다 ‘하지 마라’는 규율을 더 자주 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은 하나의 생활 규범처럼 자리잡았고, 그렇게 체득한 기준을 무의식적으로 따르게 됩니다.

반면 북미에서는 이런 규제가 거의 없고, 잔디 위에서 자유롭게 앉거나 누워 쉬는 모습이 일상입니다. 잔디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편안하게 즐기고 누리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주저하며 “들어가도 괜찮을까?”를 먼저 떠올립니다. 규칙을 어기는 것이 아닌데도, ‘남이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이 몸에 배어 있어 스스로를 제약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의 기준을 내면화하고, 그 기준에 맞춰 행동하며 중요한 선택들까지도 남의 시선에 맞추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행복의 기준조차 자기 자신이 아니라 남들의 기대에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순위가 자기 자신이 아닌 ‘남’에게 맞춰지고, 심지어 그 ‘남’은 실존하지 않는, 내 머릿속의 기준일 때도 많습니다. 그 결과, 자신의 편안함보다 체면을, 자신의 행복보다 남의 평가를 중시하는 선택이 반복되고, 이는 삶의 불균형과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결혼과 이혼 문제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주변에서 괜찮은 사람이라 해서 결혼했어요.” “헤어지고 싶었지만, 다들 참으라고 해서 그냥 살았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선택을 자신의 행복보다 남들의 평가에 좌우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남들이 대신 살아주는 인생이 아닙니다. 배우자 역시 주변에서 좋아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 함께 있을 때 편안하고 서로 존중할 수 있으며,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좋은 결혼은 사회 기준이나 외부 평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느끼는 안정감과 배려, 존중, 사랑, 그리고 일상의 행복으로 판단되어야 합니다.

이혼이 불가피한 분들 또한 대부분 외부의 시선을 많이 의식합니다. “부모님이 창피하실까 봐…” “주변에서 뭐라고 할지 두려워요.” “체면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이에게는 경제적 안정이, 다른 이에게는 감정적 평온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스스로의 기준을 포기하는 순간, 삶은 더 이상 ‘나의 삶’일 수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고, 내 삶의 기준을 어디에 둘지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선택이 나와 소중한 사람들을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킬 수 있는 지, 앞으로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는 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결혼이나 이혼처럼 중요한 선택은 남이 아니라 내가, 나의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나 자신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내 삶의 불행에 대해 어떤 책임도 져주지 않습니다. 결국 삶의 기준도, 선택도, 그리고 그 결과도 모두 자기 자신이 감당해야 할 부분입니다.

문의 (703)593-9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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