꽹 꽹 택꽹꽹꽹 꽹꽹꽹꽹
꽹과리 소리에 맞춰 사물놀이의 흥겨운 가락이 울려 퍼진다.
여기는 단풍이 흐드러진 일리노이 샴페인, 푸른 나무 한국학교. 오늘은 이 학교 학생들이 그동안 배운 것을 발표하는 Korean Festival이 열리는 날이다.
어린이 합창. 태권도 시범. 가야금 독주. 사물놀이 합주. 전통 부채춤. 학생들이 학부모와 손님에게 내어놓은 선물이다. 그동안 이것을 익히느라 진땀깨나 흘렸을 학생들의 노고가 엿보인다. 여기에 UIUC 학생들이 찬조 출연하여 멋진 K-pop 댄스와 신명 나는 사물놀이로 자리를 빛냈다.
체험활동으로 한복 입기, 사진 촬영. 한국의 전통놀이와 페이스 페인팅, 스티커 타투. 한국 고유의 공예품을 만드는 부스도 있어 자녀들이 조국을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런 잔칫날 먹을 것이 없다면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식당에는 불고기, 김밥, 떡볶기, 만두, 컵라면등 음식이 차려졌다. 여기에서 얻은 수익금은 모두 학교 기금으로 쓰인다고 한다. 이곳의 유일한 한국 마켓인 H마트에서 양념 불고기와 음료수를 제공하고, 원판 돌리기 게임으로 참석한 축하객에게 경품을 선사했다. 불고기를 굽고 음식을 만드느라 애쓴 학부모 덕분에 잔치는 풍성했다. 무슨 잔치든 열었다 하면 음식상부터 차리는 것은 한국인의 미덕이다.
이 지역은 샴페인, 어바나, 사보이 시가 서로 인접하여 캠퍼스타운이 형성되었다. 인구는 약 24만명. 그중 한인은 2700명으로 추정된다. 이 도시의 특징으로는 학생이 많아 인구 유동성이 크다는 것이다.
푸른나무 한국학교는 2017년에 공식 인가받고 18년 초에 개교하여 재외동포청에 정식 등록되었다. 현재 17명의 교사와 91명의 학생이 모여 정규과목인 한국어와 태권도, 사물놀이, 전통무용, 합창, 미술등 특별활동반을 운영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시카고, 매콤, 캘리포니아, 메릴랜드, 이탈리아에서도 참여하여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총 4개의 온라인 학급이 운영 중이다. 학업적 성과도 뛰어나 Korean Spelling Bee 전국 4등, 한국어 말하기 대회 미 중서부지역 2등, 역사발표대회 2년 연속 1.2.3등을 차지했다.
1세 한인들은 몇 사람만 모여도 교회를 짓고 자녀에게 모국어를 가르치는 좋은 선례를 남겨왔다. 이제는 2세에 이어 3세도 배우는 학생의 대열에 들어섰다. 요즘 국가 위상이 오르고 K-pop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타민족도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나서는 판이다. 그 실례를 이곳에서 만나는 중이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객 중엔 타 인종도 섞여 있다.
변방에 가까운 소수의 한인 가운데서 자녀들의 한국어 공부를 위해 수고하는 도경미 교장과 교사들, 더 나은 한국어 교육을 위해 애쓰는 학부모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적극적인 학부모의 관심과 협조가 절실하다. 이것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다. 한국인의 얼과 혼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을 일. 나무를 키우듯이 긴 시간 지켜보아야 할 터이다.
내게 위로를 주었던 아이들의 맑은 노래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넌 할 수 있어 라고 말해주세요. 그럼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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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환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