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 첫 백악관 방문…美, 제재 180일 유예 ‘선물’
▶ 러·이란 밀착 차단효과 기대에도 우려 공존… “귀중한 동맹이거나 악마이거나”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찾은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을 '조용히 환대'하면서 그 배경이 관심을 끈다.
9·11 테러를 주도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에 과거 충성을 맹세했던 그는 미국으로부터 1천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리기도 한 테러리스트 출신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와 알샤라의 만남을 '백악관에서 열린 가장 놀라운 회동'이라고 평가하며 그 배경과 의미를 분석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 도착해 두 시간 가까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했다. 1946년 시리아의 건국 이후 이 나라 정상이 워싱턴DC의 백악관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매우 힘든 과거를 보냈다"며 알샤라 대통령의 이력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뒤 "힘든 과거가 없다면 기회도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그는 "알샤라 대통령은 매우 강한 지도자"라며 "시리아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 시리아 정부·금융기관과 거래한 제3국을 제재하는 조치를 18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백악관 회담은 대부분 실시간으로 공개됐던 다른 국가와의 정상회담과 달리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알샤라 대통령의 '남다른 이력'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알샤라는 악명 높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 출신이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2001년 9·11 테러에 영감을 받아 이 조직에 충성을 맹세한 인물로 알려졌다. 알카에다에 대한 충심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카에다의 우두머리 오사마 빈 라덴의 외모를 따라 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는 이라크의 한 도로변에 미국을 겨냥한 폭탄을 설치했다가 체포돼 2005∼2011년 이라크 내 아부그라이브 미군 교도소에 수감된 적도 있다.
미국 정부는 이런 이유로 2013년 1천만달러(약 141억원)의 현상금을 걸고 그를 지명 수배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불과 사흘 전까지도 그는 미국의 '특별 지정 글로벌 테러리스트'였다.
알샤라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일어나자 알카에다 연계 조직 '누스라 전선'을 창설했으나 2016년 결별했다. 그는 이후 시리아 북부의 4개 이슬람 반군 조직을 통합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을 결성했고, 작년 12월 시리아를 오랫동안 철권 통치해온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런 복잡한 이력을 지닌 그를 트럼프 대통령이 조용히 환대한 것은 전략적 계산의 결과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부를 무너뜨린 뒤 서방에 손을 내밀고 있는 시리아를 미국이 외면할 경우 알샤라가 러시아나 이란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반면에 서구 진영이 시리아를 포섭하면 이란을 고립시킬 수 있고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압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알샤라 대통령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처지다. 시리아 재건을 위해 서방 동맹국인 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알샤라가 이념보다 권력에 관심이 많은 실용주의자라는 점도 미국의 구미를 당겼다는 분석이 있다.
알샤라 대통령은 한때 '크리스마스' 행사를 금지하고 소수 종교를 탄압했던 이슬람 근본주의자였지만, 최근 기독교인들에게 사과하는 등 변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가 튀르키예의 권유로 미 중앙정보국(CIA) 등 서방 정보기관들과 은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말도 돈다. 일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그를 서방의 '정보원'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텔레그래프는 그러나 이런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백악관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시리아가 대외적으로는 손을 잡았으나 실질적인 관계 회복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행보와 함께 내전이 여전한 시리아 내부 상황 등이 변수로 꼽힌다.
한 전직 중동 주재 서방 외교관은 "알샤라 대통령은 미국에 귀중한 동맹이 될 수도 있지만 악마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