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나는 메릴랜드 한인이민역사 프로젝트 위원회 허인욱 위원장(전 메렐랜드한인회 회장), 박대성 목사(베다니한인연합감리교회 담임), 그리고 한국 CTS기독교방송 노찬영 감독과 박대훈 프로듀서와 함께 볼티모어시 세인 폴 22가에 위치한 러블리 레인 연합감리교회를 방문했다. 메릴랜드한인회(회장 안수화)의 메릴랜드이민역사박물관이 펼치고 있는 이민역사자료수집 계획의 일환으로 CTS제작진을 초청, 메릴랜드 한인 이민역사와 아펜젤러 선교사 한국 파송과 큰 관계를 맺고있는 러블리 레인교회 여러 곳을 둘러보며 인터뷰와 촬영을 했다. 이날 촬영된 영상자료는 오는 12월 13일 하워드고등학교강당에서 진행될 한인회 연말행사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이 교회는 두 가지 점에서 한인과 인연이 깊다. 이곳 한인들이 1966년 여름부터 5년간 예배를 드렸던 장소로 메릴랜드의 첫 한인교회인 볼티모어한인연합교회(담임 필요일 목사)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또 1784년에 설립된 미국 최초의 감리교회로서 초대 존 가우처(John Goucher)담임목사에 의해 1885년 한국최초 선교사중 한분인 아펜젤러 선교사 파송을 주선한 교회다. 1971년 겨울서부터 이 한인교회가 다른 곳으로 이사할 때까지 1년 반 동안 이 교회 본관 뒷편에 있는 성가대 연습실에서 50여명의 교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던 나는 반세기가 넘어서 다시 방문하게되어 감개무량했다. 교회 복도 벽에 걸려있는 아버지 방훈 목사와 아들 방인호 장로의 사진이 나란히 새겨진 한 동판이 관심을 끌었다.
메릴랜드 한인 이민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던 러블리 레인에서 출발한 볼티모어한인연합교회는 이민 초기에 이곳에서 한인들이 예배를 드렸을 뿐 아니라 일주일에 한번 서로 만나 교제하며 이민생활정보를 나누었던 유일한 장소였다.
이 교회 설립 사연은 다음과 같다. 존스 합킨스대학에서 화학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실에서 일했던 유학생 박 박사가 1966년 여름 혼자 바다 보트 낚시를 하던 중 익사, 당시 장례식장에 참석했던 20여명의 유학생 의사들이 교회설립의 필요성을 논의한 끝에 워싱턴에서 목회를 하고있는 김성덕 목사를 초청, 1966년 가을부터 러블리 레인교회에서 격 주일에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박 박사는 당시 피바디음대에서 피아노를 공부하고 있던 박봉희씨의 오빠로 총각이었다. 장례식에 참석했던 분들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에 미국에 온 유학생, 의사, 간호사들로 교회 창립 2년전에 ‘소셜얼 클럽'(Social Club)이라는 친목단체를 만들어 가끔 모임을 가졌다. 내과의사 전영을, 약사 방은호, 외과의사 유희린과 내과의사 이영희 내외, 공학박사 양경갑과 양숙자 여사 내외 등이 교회 창립에 도움을 주었다.
1967년 가을 이 교회에 큰 변화가 왔다. 당시 운영위원 가운데 한 분이었던 외과의사 박진우 박사가 볼티모어시립도서관(Pratt Library)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던 친구 필유일 목사를 소개, 주일설교만 담당하는 담임목사로 청빙했다. 한국장로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학위를 받고 목회를 하다가 필유일 목사는 1960년 초 사모와 함께 미국으로 유학, 필라델피아에 있는 이스튼대학(Eastern College)신학석사 학위를 받고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었다. 취업이민의 문호가 열리기 시작한 1960년 후반부터 교인 구성에 변화가 왔다. 다수의 교인이 유학생 교수 의사등 전문직자들로부터 취업이민자들로 바뀌기 시작했다. 교인 수가 늘면서 필유일 목사는 도서관 사서직을 물러나고 교회 목회를 전임으로 맡아 매주일 예배를 드렸다. 당시 필유일 목사를 비롯해서 많은 교인들이 새로 이민오신 분들을 열심으로 도와주었다. 공항에서의 픽업, 아파트 소개와 계약, 운전면허시험안내, 사회보장카드신청, 병원 안내, 자녀들의 학교 등록, 의료보험신청, 직장에서의 통역등 여러 분야에서 도움이 필요로 하는 새 교인들에게 헌신을 했다.
교인수가 늘기 시작하여 1972년 가을 볼티모어한인연합교회는 러믈리 레인교회에서 볼티모어카운티에 위치한 페이스 장로교회(Faith Presbyterian Church, 5400 Loch Raven Blvd.)로 옮겼다. 교회는 제직회를 조직, 교회 사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교인수가 300여명으로 늘어났다. 미국교회를 빌려 쓰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미국교회건물( Rolling Road Presbyterian Church, 1501 Rolling Road, Woodlawn)을 사기로 결정하고 건축헌금약정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교인들이 이민 온지 얼마되 않았지만 50여만불이 약정됐다. 그래서 건물 3만 스퀘어 피트에 16에이커 땅을 가진 교회로 1974년 가을에 이사를 했다. 세월이 흘러 이 교회 교인들로부터 벧엘교회, 볼티모어교회, 갈보리교회등 여러 교회가 설립됐다. 현재 이 지역에 200여개의 한인교회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릴랜드한인회(회장 안수화)는 지난 봄 메릴랜드한인이민역사박물관(가칭)을 올해 말까지 설립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은 이 지역에 살고있는 이민자들과 그 후세들을 위해 기쁜 일이다. 더 나가서 메릴랜드 한인이민사회의 발전상을 이 지역사회에 알리는데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더구나 이 박물관 설립을 위해 비영리재단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은 더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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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욱 전 볼티모어대 교수 사회학박사,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