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은 낡아가지만, 집안의 이야기는 남는다

2025-11-06 (목) 12:00:00 승경호 The Schneider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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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고 좋은 집보다, 따뜻한 이야기가 머무는 집이 더 오래 남는다. 오래된 집일수록 그 안에는 이야기가 많다. 새로 칠한 페인트나 반짝이는 바닥보다 작은 흠집과 낡은 흔적 속에 더 많은 추억이 숨어 있다. 부동산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난 고객들의 집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참 따뜻하다.

▲냉장고에 휴대폰을 넣고 한참 찾던 날
“새로 산 냉장고에 음식 정리하다가, 깜빡하고 휴대폰을 넣어 두고 한참을 찾았어요.” 그 고객은 웃으며 말했다. 그날 가족들은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서로를 놀리며 웃었다고 했다.
어떤 분은 남편이 지하실에 있는 줄도 모르고 거실에서 유튜브를 따라 춤연습을 하다가 들켰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날 이후 그 집에서는 ‘춤 금지’가 아니라 ‘웃음 금지’를 없앴다고 했다.

▲문이 잠긴 날, 마음이 열렸다
어느 고객은 열쇠를 직장에 두고 와서 한참 동안 집 앞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서 있었다고 했다. 그때 마침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와 함께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날, 처음으로 아이의 속마음을 들었어요.” 닫힌 문 앞에서 열린 건 집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 피어나는 이야기
뒷마당 낙엽을 치우다 허리를 삐끗해 한의원에 갔던 이야기, 눈 오는 날마다 조용히 집 앞을 치워주던 옆집 이웃의 이야기, 새로 산 그릴이 마음에 들어 매일 저녁 고기를 구워먹었던 계절의 이야기. 어느 가족은 세일가로 우연히 산 대형 TV 덕분에 그해 겨울,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함께 웃고 울며 영화를 봤다고 했다. “그때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아요.” 그분의 눈빛에는 집보다 따뜻한 추억이 남아있었다.

▲밤늦게 켜진 불빛 아래의 사랑
또 어떤 분은 이렇게 말했다. “밤늦게 불 켜진 주방이 있었어요. 알고 보니 남편이 감기 걸린 딸을 위해 죽을 끓이고 있더라고요.”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먹었던 그 죽은 세상 어떤 고급요리보다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아이가 첫걸음마를 뗀 거실, 쓰레기통 속에서 라면 봉지를 찾아 이름을 확인하던 밤, 그 모든 장면이 바로 ‘집의 역사’다.

▲집은 낡아가도, 기억은 빛난다
이 모든 이야기는 비싸고 좋은 집에서 생긴 것이 아니다. 크기나 위치가 아니라, 그 안에 머물던 사람들의 시간과 사랑이 만든 이야기다. 집은 세월이 흐르면 낡아가지만, 그 안에서 쌓이는 기억은 매일 새로워진다. 삐걱거리는 문, 긁힌 바닥, 오래된 커튼마저도 그 집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목소리다.
슈나이더팀은 이렇게 믿는다. 집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가족의 웃음과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삶의 기록이다. 좋은 집은 벽과 창문이 아니라, 그 안의 사람들이 나눈 따뜻한 시간으로 완성된다.
문의 (703)928-5990

<승경호 The Schneider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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