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황•英국왕, 바티칸서 첫 공동 예배

2025-10-29 (수) 10: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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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성공회, 종교개혁으로 단절 이래 처음

교황•英국왕, 바티칸서 첫 공동 예배

종교개혁이후 처음으로 만난 교황 레오 14세와 영국 성공회의 찰스 국왕, 카밀라 왕비가 10월 23일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세계적인 기도를 마친 후 산 다마소 안뜰에 서 있다. <로이터>

가톨릭 수장인 교황 레오 14세와 영국 성공회의 명목상 수장인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종교개혁 이후 처음으로 함께 예배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찰스 3세 국왕 부부는 23일 바티칸을 공식 방문해 시스티나 성당에서 레오 14세가 집전한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예배에 참례했다. 성공회 수장인 영국 국왕이 가톨릭 교황과 함께 예배에서 기도하는 것은 헨리 8세 잉글랜드 국왕이 1534년 수장령을 선포하며 로마 가톨릭교회와 공식 단절한 이후 약 500년 만에 처음이다.


텔레그래프는 이날 두 종교 수장의 공동 예배를 두고 "기독교 신앙 내 유대 관계 회복을 상징하는 제스처"라고 의미부여했고, BBC 방송도 "영국 교회가 로마와 분열한 지 거의 500년 만의 역사적 기도"라고 평가했다. 예배에 앞서 레오 14세는 찰스 3세 부부와 짧게 대화했다.



이 자리에서 찰스 3세는 "방문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찰스 3세는 짧은 회담 후 레오 14세와 공식 기념사진을 촬영할 때 이 역사적 순간을 기록하는 카메라들에 대해 "끊임없는 위험 요소"라고 농담했다. 이에 레오 14세는 "익숙해지게 마련"이라고 답했다.


양측은 공식 선물도 교환했다. 찰스 3세는 레오 14세에게 성 에드워드의 성화를 선물했다. 성 에드워드는 앵글로색슨계 잉글랜드왕(1042∼1066년 재위)으로, 신앙심이 깊어 '고백왕'으로 불린다. 레오 14세는 시칠리아 대성당에 있던 모자이크 작품 '전능하신 그리스도'의 축소판을 바티칸에서 제작해 찰스 3세에게 답례로 전했다. 레오 14세와 찰스 3세는 예배 후 기후 단체 대표들과 환경 문제에 대한 간담회도 가졌다. 찰스 3세 부부는 이후 로마 내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리는 예배에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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