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韓美 3천500억불 대미투자 이견 집중조율…김용범 “충분히 논의”

2025-10-16 (목) 08: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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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관-러트닉 등 美상무부 청사서 2시간여 회담…김용범·여한구 동석

▶ 김용범, ‘성과’, ‘진전’ 여부 질문에 즉답 피해…월말 APEC 앞두고 조율 이어갈듯

韓美 3천500억불 대미투자 이견 집중조율…김용범 “충분히 논의”

(워싱턴=연합뉴스)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을 방문하기 위해 워싱턴DC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을 방문했다. 김 실장과 김 장관은 한미 무역합의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대해 백악관 당국자들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10.16

한미 관세 및 무역협상 후속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한국 정부 각료급 고위 관계자들이 16일 미국을 방문해 미측과 집중적인 협상을 벌였다.

한국의 3천500억 달러 규모 대미(對美) 투자 패키지의 구성 방안을 놓고 한미가 이견을 보이면서 두달 넘게 지속돼 온 양국 간 협상 교착 상태가 해소됨으로써 이달 31일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종적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오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등과 함께 워싱턴DC의 상무부 청사를 찾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과 2시간여 협상을 했다.



김용범 실장은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이날 협의 성과를 묻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2시간 동안 충분히 이야기를 했다"고 답했다.

김 실장은 이어 '진전이 있느냐'는 후속 질문에 "2시간 동안 회의를 했다"고만 답하며 말을 아꼈다. 17일에도 협상을 속개할지 여부 등은 현재로선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 장관 등 한국 측 협상단은 오후 6시40분께 상무부 청사에 도착해 오후 9시30분께 상무부를 나섰다.

김 장관은 추석 연휴 중이던 지난 4일 뉴욕을 찾아 러트닉 장관을 만난 지 2주도 안돼 다시 그와 마주해 협상을 벌였다.

이번 회동은 그간 가장 큰 쟁점이던 3천500억 달러(약 500조원) 투자 패키지 구체화를 두고 상당한 이견을 보인 양측의 입장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아가는 듯한 흐름 속에 이뤄졌다.

그럼에도 대미 투자액의 집행 방법과 관련해 합의문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의견 차이가 좁혀졌는지 여부는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고 있다. APEC 정상회의 개막 전 10여일 간 양측 사이에 합의문 도출을 위한 긴박한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날 김 장관과 함께 미국에 도착한 김용범 실장은 입국 직후 취재진에 "지금까지와 비교해볼 때 양국이 가장 진지하고 건설적 분위기에서 협상하고 있는 시기"라며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이 잘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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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과 김 실장은 이날 입국 직후 첫 일정으로 백악관 업무 시설인 아이젠하워 행정동을 찾아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50여분간 면담, 양국 간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여 본부장도 동행했다.

김 장관은 면담 후 연합뉴스와 만나 대화 의제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마스가'에 대해 여러가지 건설적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답했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는 한미 조선 협력 사업을 뜻하는 용어로, 지난 7월 한국과 미국이 큰 틀에서의 무역 협상을 타결지을 때 우리 측에서 미국에 제안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이자 강성 지지층을 뜻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조선'(Shipbuilding)이라는 단어를 조합한 것이다.

한국이 조선 사업 역량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고, 조선업이 눈에 띄게 쇠퇴한 미국이 중국과의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조선업 부흥을 꾀하는 상황에서 '마스가'는 양국의 협상 타결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장관은 최근 중국이 마스가의 대표적 업체인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겨냥한 제재를 발표한 것도 논의했는지를 묻자 "그런 이야기까지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마스가와 관련해)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용범 실장은 OMB 방문 직전 취재진과 만나서는 "OMB가 조선업 프로젝트에 굉장히 중요한 부처"라며 "그래서 (오늘 방문 목적은) OMB의 얘기를 좀 듣고, 우리나라와 미국의 조선산업 협력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서로 인식을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한미 간 최종 무역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OMB 방문을 통해 가시적인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을지 기대하느냐고 묻자 "OMB는 직접적으로 협상을 하는 부처는 아니다"라며 "(한미 간) 중요한 프로젝트 중에 하나에 대한 본인들(미국)의 입장을 저희가 청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전날 미국에 도착해 측면에서 협상을 지원 중이다.

구 부총리부터 김 실장, 김 장관, 여 본부장까지 각료급 인사 4명이 협상 진전을 위해 한꺼번에 미국을 찾은 것이다.

구 부총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방미했지만, 카운터파트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한미 무역협상과 관련한 소통을 이어갔다.

구 부총리는 베선트 장관과 전날 만나 대미 투자 선불 요구가 한국 외환시장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그 대안의 하나로 한국의 대미 투자금 공급 기간을 10년 등 장기로 늘림으로써 한국이 일시적 달러 부족 상황을 피하도록 하는 방안도 미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총리는 이날 워싱턴DC의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특파원단과 만나 "실무 장관(베선트)은 (3천500억 달러 전액 선불 투자가 어렵다는 한국 정부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데, 얼마나 대통령을 설득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느냐 하는 부분은 진짜 불확실성이 있다"며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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