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중단)으로 주요 경제 지표 발표도 멈춰선 가운데 경기 침체를 알리는 ‘비공식 지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워싱턴포스트(WP)는 “불황일수록 저렴하면서도 기분 전환이 되는 립스틱 소비가 늘어난다는 ‘립스틱 이론’은 스킨케어의 인기 등 소비자 성향 변화로 인해 시대에 뒤떨어진 지표가 됐다”며 경기 침체 여부를 알 수 있는 6가지 새로운 비공식 지표를 소개했다.
WP가 꼽은 6가지 지표는 골판지 상자 생산률, 간편식 매출, 대형 트럭 판매율, 중고 의류 판매율, 이직 감소,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주거용 건물 허가 감소 등이다.
먼저 올해 2분기 골판지 상자 생산량은 전년 대비 5% 감소했다. 일부 박스 제조 업체들은 올해 공장을 여러 곳 폐쇄하며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버지니아 공대 경제학과 부교수 자드리안 유튼은 “소매업체들이 판매 감소를 예측하고 상자 주문을 줄였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트럭 판매량의 감소도 비슷한 맥락이다. 8월 대형 트럭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6% 감소했다. 트럭 판매 감소는 산업 활동의 둔화 조짐으로 볼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수입 대형 트럭에 25%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비용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반면 개인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미국 직장인들의 퇴사율은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침체기였던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고용이 안정적이라기보다는 불확실한 노동시장에서 새로운 일자리르 찾지 못하거나 이동의 위험을 감수하기 꺼린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WP는 설명했다. 실제로 WP의 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3%가 지금이 일자리를 찾기에 나쁜 시기라고 답했다.
월급은 제자리인 반면 물가는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조르고 있다. 저렴한 간편식 브랜드 ‘햄버거 헬퍼’의 판매량 증가가 그 증거다. 올해 햄버거 헬퍼 매출은 14.5% 증가했다. 소매 분석 회사 글로벌데이터의 글로벌 디렉터 닐 손더스는 “고소득 쇼핑객들조차도 점점 더 할인 매장으로 가고 있다”며 “미국인들은 경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잠재적인 경기 침체에 대비해 저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물건 대신 중고품을 찾는 발길도 이어지는 중이다. 2분기 중고품 매장에 방문한 미국인은 2019년 대비 무려 3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의류를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어플 ‘스레드업’은 2분기 16%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관세가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스레드업과 유사한 앱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또한 새로운 집을 구매하는 대신 리모델링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1분기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12% 가량 증가했지만 주거용 건축 허가는 8월 기준 지난해 대비 11% 감소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WP는 “미국이 현재 경기 침체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모니터링하고 있는 이 같은 약세 징후로 미루어 볼 때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 처한 것은 분명하다”고 적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