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반부터 수비 간격 벌어지는 문제점 노출에도 전술 변화 없이 ‘해줘 축구’ 일관… 0-5 참사 자초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백승호(왼쪽 세 번째)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실점한 후 고개를 숙인 채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0-5로 패했다. 아쉬운 결과지만, 애초에 방점은 승리가 아닌 예방주사에 찍혀 있었다. 지더라도 강팀에 대한 전술 대응력을 시험했다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무대에 앞서 값진 경험을 쌓을 수 있던 일전이었다. 그러나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의 ‘방관 축구’ 탓에 브라질전은 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허비한 채 끝났다.
홍명보호는 지난달 미국(2-0 승리)과 멕시코(2-2 무승부)전에 이어 다시 한번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 조유민(샤르자)이 중심을 잡고, 이태석(오스트리아 빈)과 설영우(즈베즈다)가 내려서서 사실상의 파이브백 대형을 유지했다. 그러나 한국은 브라질의 ‘포톱’ 전술(4-2-4)에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줬다.
경기 후 카를로 안첼로티 브라질 축구대표팀 감독이 짧지만 정확한 표현으로 홍명보호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이스테방 윌리앙(첼시)이 측면으로 넓게 빠지면서 한국의 수비 간격이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수비가 흔들리면서 ‘선수비 후역습’도 힘을 잃었고, 그 결과 슈팅 수도 4-14(유효슈팅 1-7)로 크게 밀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한국 벤치의 무능력이다. 본선 무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벤치의 대응력 또한 시험해 봐야 했지만, 전술 변화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재성(마인츠05) 대신 김진규(전북 현대)가 투입되면서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가 2선으로 올라간 것을 제외하면, 다른 교체카드는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을 맞바꾼 수준이었다. 허점을 노출한 전술에 변화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꺼내든 오현규(헹크)와 이동경(김천 상무) 카드는 승부수라기보단 ‘해줘 축구’에 기인한 도박수에 가까웠다.
월드컵 포트 2 수성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점을 감수하고 치른 일전이었기에, 브라질전 무소득은 더욱 큰 아쉬움을 남겼다. 북중미 월드컵은 개최국인 미국(FIFA 랭킹 16위) 멕시코(14위) 캐나다(26위)가 포트 1을 받으면서 10~23위가 포트 2에 배정될 가능성이 큰데, 한국은 지난달 기준 23위(1,593.19포인트)로 턱걸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실시간 FIFA 랭킹 집계사이트인 ‘풋볼 랭킹’에 따르면, 한국은 브라질전 패배로 24위 에콰도르에 0.93포인트 차, 25위 호주에 1.5포인트 차로 쫓기게 됐다. 한국이 14일 파라과이(37위)전을 이긴다 해도 에콰도르와 호주가 각각 상위 랭킹인 멕시코와 미국전에서 승리를 거두면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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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