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두로 체재 붕괴, 초읽기에?

2025-10-06 (월) 12:00:00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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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7일이었나.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세계 최대의 마약 밀수범’으로 지목, 그에게 걸린 현상금을 2,500만 달러에서 5,000만 달러로 인상했던 게.

그리고 두 주후. 중남미지역 마약조직 소탕선언과 함께 워싱턴은 4000여 명의 해군과 해병대 병력이 탑승한 이지스 구축함 3척과 수륙양용함 3척, 잠수함 등의 선단을 베네수엘라 북쪽 카리브 해 수역에 배치했다.

이보다 앞서 미 법무부는 마두로의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태양 카르텔(C?rtel de los Soles)과 트렌데아라과 카르텔, 또한 멕시코의 시날로아 카르텔 등을 ‘외국테러단체’(FTO)로 지정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와 함께 새삼 한 가지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이 일련의 조치는 마두로 체제 전복(regime change)을 위해 미국이 군사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신호인가 하는 것이다.

‘마두로의 앞으로의 나날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월 미군의 원격 조종 무인공격기 기습 공격으로 숨진 이슬람 혁명 수비대 특수부대 쿠드스군의 실세였던 가셈 솔레이마니와 비슷한 최후를 맞이할 것 같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의 지적이다.

마약조직 소탕을 구실로 한 대대적 침공, 마두로 체포 작전 등의 가능성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 테러범 제거 스타일의 전격적 기습공격이 수행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무엇을 근거로 내린 전망인가. ‘미국에 유독 마약을 밀수하는 테러리스트들을 모두 날려 보낼 것이다.’ 트럼프가 지난달 유엔에서 한 초강경 연설내용이다. 이를 마두로가 맞이할 최후를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마두로는 마약 밀매업자 일뿐만이 아니라 국제적 테러리스트다’- 미국의 공식적인 시각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마두로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공적 1호’라는 것으로 그런 그와 대화나 협상의 문은 이제 닫혔다는 것이다.

테러리스트와는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할까.

마두로는 때로는 중국을 등에 업은 외교를 통해, 또는 석유, 심지어 난민을 무기로 삼은 감언과 협박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미국의 예봉을 교묘히 피해왔다. 이는 이제 과거지사로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면서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3척의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이 미군 공격에 잇달아 침몰돼 17명이 숨졌다. 불과 몇 주 사이 벌어진 이 사태는 상황의 엄중함을 말해주고 있다.

해상초계작전 중 수상한 선박을 적발하면 정선 명령 - 조사 - 체포로 이어지는 것이 정석이다. 베네수엘라 마약카르텔에 대해서는 이 같은 절차가 무시된다. 적발 즉시 바로 공격, 침몰이다. 오직 멸절만 있다고 할까 하는 것이 미국의 접근방식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비(非)재래적 전쟁이 목하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전비가 소요되는 장기간의 군사행동은 이제 과거의 것이 됐다. 원격 무인조종기가 모든 상황을 바꾸게 된 것이다.

다른 한 면 이란의 핵시설을 타깃으로 펼쳐진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Operation Midnight Hammer)’이 증명하듯이 새로운 공격방식은 간결하면서도 아주 강력하다. 그리고 예측을 불허한다. 지상군 투입 없이 그런 공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향하는 것이 바로 이런 전쟁으로 종전의 장기적이고 전비가 많이 드는 전쟁은 원치 않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전략에 따라 곧 있을 수도 있는 게 마두로 제거작전으로 짧고 전격적이지만 아주 강력한 그런 작전이 될 수 있다는 게 더 힐의 진단이다.

왜 그러면 4000명이 넘는 병력과 미사일이 적재된 잠수함 등 전투 선단을 파견했나.

심리전이 그 한 목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전례 없는 무력 과시에 마두로 체제는 벌써부터 크게 동요하고 있다. 그리고 군 내부에서 이탈세력이 속출, 마두로의 리더십이 무너지고 있다는 보도다.

중국, 러시아 등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무력 투사의 또 다른 목적이다. 라틴 아메리카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세력권이다. 그 라틴 아메리카에 핑크 타이드(Pink Tide - 좌익화 물결)가 몰아치면서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반미경향인 우고 차베스의 나라, 베네수엘라는 중국, 러시아, 쿠바, 심지어 이란 등 독재세력 쿼드의 라틴 아메리카 침투 거점이 됐다.

그런데다가 마두로는 대통령 선거를 아예 도둑질해가면서(2024년 대선에서 야당 승리를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있으나 이를 무시하고 3차 집권) 장기집권을 해오고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좌파 포퓰리즘정책으로 경제가 결단이 나면서 전 국민의 1/4 정도가 해외로 탈출했다. 그 마두로 체제는 중-러-이란 등 신 ‘악의 축’세력과 강력한 연대를 구축하면서 마약카르텔과도 연합전선을 펼쳐나가고 있다.

마약으로 미국 사회를 붕괴시키려는 목적으로 중국이 암암리에 전개하고 있는 초한전(超限戰)의 강력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Enough is enough. 미국이 결국 모종의 액션에 들어간 것이 현재의 형국으로, 마두로의 앞으로의 날들은 이제 며칠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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