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 성대근육 노화로 목소리 쉬는 증상
▶ 고령화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 생활에 지장 주면 노인성 발성장애
▶ 쉰 목소리 2주 이상 되면 내시경을

17일 경기 부천시 순천향대 부천병원에서 이승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노인성 음성장애가 생긴 성대의 모양을 컴퓨터 모니터로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제공]
“고령층의 사회 참여 확대로 노인성 발성장애를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요. 이전처럼 쉰 목소리를 노화 현상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생활에 지장을 주는 질환으로 인식하는 겁니다.”
17일 경기 부천시 순천향대 부천병원에서 만난 이승원 이비인후과 교수(대한후두음성언어의학회장)는 “65세 이상 10명 중 1, 2명은 노인성 발성장애가 있고, 이 비율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노인성 발성장애를 방치하면 의사소통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우울감, 사회적 고립과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교수는 “성대에 물혹이나 암이 있어도 쉰 목소리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되면 내시경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나이가 들면 왜 목소리가 쉬는 겁니까.
성대는 발성할 때 성대가 얼마나 세게 닫히는지를 결정하는 근육, 근육을 감싸는 얇은 점막층, 점막 아래에서 성대 진동을 부드럽게 하는 고유층으로 이뤄져 있어요. 성대 점막과 고유층이 진동하면서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나이가 들면 근육이 위축돼 성대가 제대로 닫히지 않고 고유층도 얇아져요. 그래서 성대에 틈이 생기고 정상적으로 진동하지 못해 쉰 목소리가 나거나, 고음을 내기 힘들어집니다.
-노화에 따른 쉰 목소리와 노인성 발성장애는 다릅니까.노화에 따른 쉰 목소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성대 근육도 노화하니까요. 다만 이런 불편함이 생활에 지장을 미칠 정도면 노인성 발성장애로 진단합니다. 통상 남성 발병률이 여성보다 1.5~2배 더 높아요. 호르몬과 관련 있습니다. 남성은 나이 들면서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감소하기 때문에 성대 근육도 위축돼요. 반면 여성은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줄고 상대적으로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비율은 높아지기 때문에 성대 근육이 두꺼워져 목소리가 걸걸해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쉰 목소리가 다른 질환의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까.성대암이나 성대폴립이 있어도 쉰 목소리가 날 수 있어요. 성대폴립은 성대에 발생하는 혹으로, 과도한 발성 때문에 성대 점막이 손상돼 생기는 양성 종양입니다. 가수들이 많이 앓는 성대결절, 역류성 후두염으로도 쉰 목소리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쉰 것만으로는 어떤 질환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쉰 목소리가 계속되면 검사를 받아봐야겠습니다.쉰 목소리가 노인성 발성장애 때문인지, 성대결절, 성대폴립, 성대마비, 초기 성대암 같은 질환 때문인지는 음성만 듣고 구별하기 어려운 만큼 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성대가 부어서 쉰 목소리가 나는 경우 통상 2주 안에 붓기가 빠지면서 목소리가 정상으로 되돌아오거든요.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계속된다면 비정상적이라고 보고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노인성 발성장애는 어떻게 치료합니까.우선은 성대 재활치료를 합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건 발성 효율을 높이는 빨대 훈련법이에요. 직경이 좁은 빨대를 물이 담긴 컵에 꽂은 후 빨대를 입에 물고 ‘우~’ 소리를 길게 내는 겁니다. 빨대를 물고 발성하면 공기가 좁은 통로를 지나면서 성도에 압력이 높아지고, 이 압력이 성대를 보조해 안정적으로 진동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빨대를 통해 공기를 내뱉으면서 발성해 성대에 걸리는 부담을 줄이고, 더 효율적으로 발성하는 방법을 익히는 거예요.
-재활치료로 효과가 없으면 어떻게 합니까.미국에선 갑상성형술을 합니다. 목 옆을 절개한 다음 실리콘 같은 보형물을 삽입해 성대를 바깥에서 안쪽으로 밀어주는 식으로 성대 사이의 틈을 줄이는 수술이에요. 하지만 환자들 우려가 크기 때문에 국내에선 성대주입술을 주로 해요. 섬유아세포 성장인자를 성대 양쪽에 주사하는 방법입니다. 성대 점막 안에 있는 섬유아세포는 상처 회복과 염증 조절 역할을 하는데, 성장인자가 주입돼 섬유아세포 수가 늘면 성대 근육과 고유층이 재생되기 때문에 쉰 목소리를 내는 성대 사이의 틈을 메울 수 있어요. 필요하면 반복적으로 주입술을 합니다.
-평소 성대를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가장 쉬우면서 중요한 방법은 물을 많이 마시는 거예요. 1.5~2리터(L) 이상 마시기를 권장합니다. 수분이 체내에 흡수돼 혈액을 타고 폐로 전달되면, 호흡할 때 폐에서 내뱉는 공기에 습기가 더해져요. 가습기를 쓴 것처럼 성대를 촉촉하게 적셔주는 거죠. 성대는 발성 과정에서 공기 압력에 의해 지속적으로 떨리며 진동하는데, 표면이 건조하면 마찰이 심해져 상처가 생기거나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충분한 수분이 공급되면 성대가 부드럽게 움직여 손상을 예방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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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