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전략 핵무기 수를 제한하는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을 1년 연장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가안보회의를 열고 "러시아는 2026년 2월 5일 이후 뉴스타트 조약에 따른 주요 양적 제한을 1년간 계속 고수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이후 상황 분석에 기반해 이 자발적인 자체부과 제한을 지속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조치는 미국이 유사하게 행동하고 현 핵 억지력의 균형을 악화하거나 방해하는 조치를 자제해야만 지속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뉴스타트를 자체 연장할 것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안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뉴스타트가 만료되면 핵미사일 능력을 직접 제한하는 마지막 국제 협정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이 협정의 유산을 완전히 거부하는 것은 여러 면으로 잘못된 판단이고 근시안적 조치로, 핵무기 비확산 조약의 목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제안이 러시아와 미국의 군축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러시아 측 이니셔티브를 이행하는 것은 미국과 실질적인 전략적 대화 분위기 조성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긴장을 고조하거나 군비 경쟁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전략적 안정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면서 "핵보유국 간 건설적 관계와 실질적 협력의 기반이 상당히 훼손됐다. 서방 국가들이 취한 파괴적 조치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러시아와 미국의 핵미사일 및 전략적 방어무기 통제 협정 체계가 점진적으로 사실상 완전히 해제됐다고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주 요격기 배치를 포함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 계획을 면밀히 감시하라고 명령하면서 "그러한 불안정한 행동의 실질적 이행은 전략적 공격무기 분야에서 현상을 유지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현존하거나 부상하는 어떠한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고 아무도 이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싶다"며 "말뿐 아니라 군사적 기술적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산 무기의 유럽·아시아태평양 지역 배치 움직임에 맞서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에 대한 일방 유예를 해제 결정한 것을 그 예로 들었다.

뉴스타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인 러시아와 미국이 배치 가능한 전략 핵탄두 수를 각국 1천500개, 지상 기반 장비, 잠수함, 전략폭격기 등 핵탄두 운반체 배치 수를 각국 700개로 제한한다.

러시아와 미국은 2010년 4월 8일 체코 프라하에서 뉴스타트를 체결한 뒤 이를 내년 2월 5일까지로 연장했다. 하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신냉전이 조성되면서 러시아가 2023년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조약 만료까지 약 4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교착에 빠지면서 양국은 뉴스타트 관련 협상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