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군 향한 ‘쌍곡선’…에콰도르 “환영”·베네수엘라 “대적”

2025-09-21 (일) 12: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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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보아 정부, 美군사기지 국민투표 예고…마두로 “제국주의 침공에 맞설 것”

에콰도르 정부가 자국 내 해안 도시에 미국 군사 기지를 설치하고 미군 주둔을 추진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시행할 예정이다.

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 개정을 위해 다니엘 노보아 정부에서 요청한 국민투표 실시안을 승인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에콰도르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국민투표는 2가지 질의에 대해 각각 찬반을 묻는 형태로 구성된다.


문항의 내용은 '외국 군사기지 또는 군사 목적의 외국 시설 설립 금지 규정을 폐지하는 데 동의하는지'와 '정치 조직(정당)에 대한 의무적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것에 동의하는지' 등이다.

두 사안 모두 실행을 위해선 개헌해야 한다.

보궐성격의 대선을 거쳐 지난해 2023년 11월부터 집권 중인 노보아 대통령은 지난 4월 재선 확정 이후 마약 밀매 카르텔 차단을 목표로 한 미국 군사 시설 필요성을 역설하며 개헌을 밀어붙이고 있다.

에콰도르는 과거 해안 도시 만타에 미군 기지를 뒀다가 2008년 좌파 성향의 라파엘 코레아 전 정부 시절 '외국 군사 기지 설치 및 외국 군 주둔 금지'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을 한 바 있다.

미군은 이후 2009년 에콰도르에서 철수했다.

에콰도르 최대 부호 가문(바나나 수출 기업) 출신이자 친미(親美) 중도우파 성향의 노보아 대통령은 그러나 전국적 치안 불안 상태를 극복하려면 미군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피력한다.

노보아 대통령은 갱단에 노출된 도시에 군대를 투입하고 시민들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며 마약 밀매 조직을 테러 단체로 규정하는 등 각종 강경책을 시행 중이지만, 카르텔 근절을 위해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 에콰도르를 찾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에콰도르에 요청이 있을 경우" 군사기지 설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요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 있는 에콰도르는 한때 남미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였으나, 태평양 연안 밀수 경로 장악을 노린 카르텔 간 분쟁으로 최근 10년 새 극심한 치안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대륙 반대편 카리브해 주변에서는 미군 진출을 둘러싼 베네수엘라의 적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전날 현지 취재진 및 외교관 등과의 만남에서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격"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 "국민과 국가 전 계층의 단결로 제국주의 침공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에서 주도하는 "다각적 전쟁"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하면서, 현 상태가 "단순한 긴장"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카리브해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핵 추진 고속 공격 잠수함을 비롯한 8척의 군함을 배치한 한편 베네수엘라와 인접한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F-35 전투기를 보내놓은 상태다.

이를 두고 일부 외신은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미국의 군사작전 가능성에 대한 관측을 전문가 등을 인용해 내놓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 역시 "주권 위협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며 "(미국의) 계획은 석유를 비롯한 베네수엘라 에너지를 노린 것일 뿐만 아니라 석유수출국기구(OPEC)까지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베네수엘라 군은 또 전날 처음으로 병영 밖 전국 각지의 마을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무기 사용법을 교육하면서 유사 시 정부군·민병대와 함께 영토 수호에 동참할 것을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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