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통일교 의혹 한학자 총재 22일 구속기로…특검 수사 분수령

2025-09-20 (토) 04: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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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총재 오른 이래 처음…전 비서실장도 구속 심사

▶ ‘공범’ 권성동 의원 구속…尹 부부 연결고리 수사는 과제

통일교 의혹 한학자 총재 22일 구속기로…특검 수사 분수령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한국시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조사받고 귀가하고 있다. 한 총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구속기소)와 공모해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4∼7월에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정치권과 통일교의 '정교 유착' 의혹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특히 지난주 통일교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구속한 데 이어 이번주 의혹 핵심인 한학자 총재의 신병 확보에 나서면서, 특검 수사의 향방을 가를 한 총재 구속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21일(이하 한국시간)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 18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전 총재 비서실장 정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에 17일 임의출석한 한 총재를 9시간 반가량 조사한 뒤 하루 만에 전격적인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는 한 총재가 특검의 거듭된 출석요구에도 세 차례나 불응하다 공범인 권 의원이 지난 16일 구속된 후에야 자진 출석하는 등 수사에 협조할 의지가 없고,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정씨는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인 천무원 부원장이자 한 총재의 전 비서실장으로 알려진 인물로, 한 총재의 대부분 혐의에서 공범으로 적시됐다.

한 총재와 정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각각 오는 22일 오후 1시 30분과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이들의 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 등 크게 네 가지다.

먼저 한 총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 씨와 공모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또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받는다.


김 여사에게 건넬 목걸이와 가방 등을 교단 자금으로 구매한 혐의(업무상 횡령), 2022년 10월 자신의 원정 도박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윤씨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있다.

다만 통일교 측이 당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 의원을 당 대표로 밀기 위해 교인들을 대거 입당시켰다는 의혹(정당법 위반)은 구속영장에 따로 명시되지 않았다.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와 당원명부 관리업체 압수수색을 통해 11만여명 상당의 통일교 신자 명단자료를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주말 동안 분석해 월요일 영장심사에 바로 제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특검 측 설명이다.

2022년 2∼3월 자신을 찾아온 권 의원에게 금품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는 의혹 관련 혐의도 구속영장에선 빠졌다.

한 총재가 구속 기로에 놓인 것은 2012년 9월 단독으로 총재직에 오른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통일교 측은 구속영장 청구 직후 입장문을 내고 "특검의 이번 조치는 국제적 종교 지도자에 대한 부당한 탄압"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특히 한 총재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음에도 특검이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여론과 실적을 의식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22일 영장심사에서도 한 총재 측은 고령의 나이와 심장 질환 등을 들며 도주 우려가 없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음에도 산소포화도가 정상 수치로 돌아오지 않고 있고 합병증 우려도 있지만, 조사에 자진 출석해 법적 절차를 피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특검은 한 총재가 지난 8일, 11일, 15일 연이어 출석요구에 불응하는 등 조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취한 점, 이미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수사 진행 중인 점 등을 들어 추가 증거인멸 우려 등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통일교는 청탁과 금품 제공 등 행위가 윤씨 개인의 일탈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먼저 재판에 넘겨진 윤씨 공소장에는 윤씨의 행위 뒤에 한 총재의 승인이 있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통일교 측이 한 총재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각각 접근해 각종 현안을 청탁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따라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특검의 칼끝은 결국 청탁 대상인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할 전망이다.

특검팀은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관봉권 5천만원이 든 상자 포장지에 '王'자가 새겨져 있었다는 정황, 윤 전 대통령을 암시하는 발언이 담긴 윤씨 등의 문자 내역 등을 토대로 이 돈의 일부가 결국 윤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 총재를 비롯한 관련 피의자들이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이어지는 구체적인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특검팀의 남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 총재는 17일 조사 당시 김 여사에게 샤넬백 등을 건넨 혐의에 대해 "샤넬 백 자체가 무엇인지 모르고 준 적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권 의원에게 넥타이가 든 쇼핑백을 건네고 세뱃돈을 준 사실은 있으나, 청탁 목적의 금품을 주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통일교 측은 "한 총재 청탁 지시 혐의의 유일한 증거는 윤씨의 진술인데, 그는 지난 17일 자신의 재판에서 한 총재의 지시 사실을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며 "명확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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