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 버리는 모든 것들
2025-09-19 (금) 07:09:50
봄 여름 가을 겨울
왔다가 가는 그 모든 것들
밟아 짖눌린 딱딱한 대지위
연한 잎은 머리로 흙더미를 밀어내고
생명의 힘
연분홍 벚꽃잎은 나무 껍질을 뚫고 나타나
흐트러진 자태를 뽑아낸다
그 만만하던 자태는 잠시
여름 꽃에 밀려 어느새 갈 채비를 하다 홀연
사라진다
대지를 녹일듯 열기를 뿜어대는 태양
원색의 여름꽃은 여름을 더 태운다
작렬하는 태양속 지친 여름꽃 아쉬워 따가운
볕을 더 힘주어 빨아대며
제 몸을 한껏 드러낸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들…
의기양양 왁자지껄
온갖 것을 지배하던 인간의 세상
그 또한
속절 없이 쫓겨 어느날 거울속 비쳐진 모습들
자주빛속 꼭 쌓인 할미꽃 송이들
젊은날
가치의 존재속에 꽤나 길다고 생각했던 날들
희노애락 인고의 시간
뒤돌아보니 한 순간의 날들이었네
언덕위 코스모스
갸날픈 몸매로 가을 냄새를 풍긴다
어디서 날아든 고추 잠자리
연한 꽃잎에 짖궂은 입맞춤
코스모스 부끄러워 고개 숙인다
흰 눈꽃이 필 때까지 기다리겠지
다시 오려나
봄 여름 가을 겨울
왔다가 가는 그 모든 것들
초가을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