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 “사적·공적 영역 모호…美국익에 부합했는지 의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및 그 일가와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서 지난 5월 성사된 두 건의 대형 거래가 밀접하게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UAE에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 수십만 개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UAE의 권력 실세이자 아부다비 통치자의 동생인 셰이크 타눈 빈 자예드 알 나흐얀이 가상화폐 기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이하 월드 리버티)에 20억 달러(2조8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불과 2주 후라는 것이다.
월드 리버티는 트럼프 일가와 뉴욕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미국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세운 가상화폐 스타트업이다.
이 '수상한' 거래를 통해 그동안 국가 안보 및 중국과 기술 경쟁 등을 이유로 판매가 제한돼 온 미국의 최첨단 AI 칩을 UAE가 확보하고, UAE의 투자로 월드 리버티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가상화계 기업 중 하나로 부상하면서 트럼프 일가와 측근은 막대한 부를 얻게 됐다고 NYT는 분석했다.
위트코프는 지난여름 초호화 요트들로 붐비는 지중해 연안의 사르데냐를 방문해 셰이크 타눈을 만나는 등 최근 수개월 사이에 1조5천억 달러에 달하는 UAE 국부 펀드를 통제하는 셰이크 타눈과 외교적 동맹이자 사업 파트너가 됐다.
하나의 거래가 다른 거래의 명시적인 대가라는 증거는 없지만 두 거래의 합의 시점은 이례적으로, 이 거래는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미국 국익에 부합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 거래 과정에서 위트코프는 UAE와 공식적인 칩 협상에 관여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세운 회사가 UAE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받도록 했고, 벤처 투자가 데이비드 색스는 백악관의 AI·가상화폐 총괄 책임자이자 동시에 민간 투자자로서 활동하면서 UAE와 AI 칩 협상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특히, 셰이크 타눈의 AI 기업인 G42의 한 임원은 월드 리버티에서도 재직하며 두 거래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했다고 NYT는 전했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국가안보회의(NSC)의 대중국 강경파를 중심으로 칩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들은 극우 성향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의 개입 직후 해고됐고 이후 UAE에 유리한 거래가 급물살을 탔다고 NYT는 보도했다.
월드 리버티는 지난 5월 위트코프가 회사 지분을 완전히 매각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그는 여전히 지분을 보유 중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위트코프가 "여전히 지분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윤리 변호사들은 이 같은 거래는 "고위 관리와 그 자녀들의 정치, 외교, 사적 거래에 대한 미국의 오랜 규범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에 AI 관련 자문을 제공하는 초당파 비영리 단체를 이끄는 브래드 카슨은 "미국 대통령이라면 관련된 사람들의 상업적 이익이 아닌 미국의 국익을 위해 국가 안보 결정을 내리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두 거래의 한가운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으며, 그는 적어도 미국에서는 전례가 거의 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부를 축적한 대통령"이라며 "이는 돈벌이와 통치가 모두 지배 가문 손에 있는 페르시아만 지역의 비즈니스 관행을 더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