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절을 맞아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특히 광복 8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여서인지 서울 곳곳은 기념 공연과 행사 준비로 매우 분주한 분위기였다. 광복절이 있는 8월은 언제나 자유와 독립 그리고 선조들의 숭고한 애국심을 되새기게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올해의 서울이었지만 광복을 기념하는 현장은 시민들로 북적였고 그런 열기 속에서도 사람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자부심이 가득했다. 한여름밤의 무더위도 이들에게는 오히려 광복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축제의 열기로 승화되었으리라 생각되었다.
나는 특히, 통일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들과 서울시가 함께한 **‘코리안드림 한강대축제’**에 참석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뚝섬 한강공원에서 열린 이 행사는 광복의 기쁨을 나누며 그 감격이 통일의 희망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인 자리였다.
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드론쇼와 불꽃놀이 속에서 나는 비록 멀리 미국 땅에 살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영원한 발전과 번영을 기원하며 진심을 담아 함께했다.
그 감동적인 광복절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서울 곳곳은 각종 시민 집회로 붐볐다. 평화로운 시위를 펼치는 많은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지금의 대한민국이 여러 갈등과 분열 속에서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 순간 나는 이 땅이 하나님의 손길로 치유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되었다.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 벽에 새겨진 문구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는 말이 다시금 마음 깊이 다가왔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와 땀, 눈물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우리는 이 소중한 자유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며칠 전 한미정상회담 중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오랫동안 크고 강력한 단일국가(One Korea)였으며 중국과 2천 년 동안 51번 싸웠던 나라”라고 언급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평화의 중재자(Peacemaker)로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럼프 월드’를 만들어 함께 골프를 치자는 제안도 했는데 다소 놀라운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런 국제 무대의 화려한 외교적 수사 속에서 우리는 어느새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난과 독재 속에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으며 극단적인 억압 아래 놓여 있다.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3대 악법을 통해 주민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남한 영상을 유포하면 사형, 단순 시청만 해도 최대 15년형에 처해지는 현실. 이는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자유와 인권이 완전히 유린되고 있다는 증거다.
2년 전 탈북한 한 인사는 자신이 아는 20대 지인이 한국 드라마 3편과 노래 70여 곡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 총살당했다고 증언했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세 달에 두 번 꼴로 공개 처형이 이뤄지고 있으며 한 번에 12명씩 처형당하는 공포정치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나라에 과연 ‘트럼프 타워’를 세워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까? 트럼프 타워를 만들자는 제안은 어쩌면 북한 체제를 무너뜨려달라는 간접적인 메시지였던 것은 아닐까. 그런 뜻으로 받아들인 사람이 나뿐이었을까?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오간 파격적인 발언들을 들으며 나는 간절히 바란다. 평화를 이야기한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이제는 북한 주민들 그리고 먼저 온 통일인 탈북민들에게도 따뜻한 관심과 손길을 내밀어주기를.
분단된 한반도는 인류 앞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냉전의 상징이다. 자유와 평화를 바탕으로 통일을 이뤄내는 지도자야말로 진정한 노벨평화상의 자격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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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숙 미주통일연대 워싱턴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