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 ‘모래시계’ 비유…전쟁 3년 더 가면 양국 한계봉착 관측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로이터]
'우크라이나가 먼저 무너지느냐, 러시아 경제가 먼저 무너지느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동부 영토 상당 부분을 잃고 막대한 인명 피해를 보는 등 국가 안보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러시아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물가상승률이 9%에 달하고 정부 재정 적자가 불어나며 성장이 정체되는 등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가늠하는 모래시계와 러시아 경제가 정권 안정을 해치지 않고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래시계 중 어느 쪽의 모래가 먼저 떨어지는지에 이번 전쟁의 결과가 달려 있다고 6일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관련 중재를 회피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함락이 러시아 경제 몰락보다 이르다는 데 '베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협상과 관련해 "양쪽에 개선이 되는 영토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상지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양보하는 안이 검토되는 등 러시아에 유리한 방안이었던 것으로 관측됐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시한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오히려 공세 강화에 나서는 등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속국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푸틴 대통령이 베팅에서 이길 공산이 크다고 전망한다.
베를린 소재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눈에 띌 정도로 문제가 산적하고 있지만 러시아 경제가 조만간 벽에 부딪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최소 1년 반에서 2년은 더 전쟁을 이어갈 수 있는 경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러시아 전문가 마리아 스네고바야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3년 더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현재 전세로 볼 때 전쟁이 2∼3년 더 지속되면 우크라이나군은 한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영토를 점령하기보다 군사력을 고갈시켜 우크라이나가 항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인구가 많은 러시아와 달리 우크라이나는 잃은 군사력을 보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해야만 서방이 제안하는 합의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WSJ은 진단했다.
결국 전쟁을 끝내려면 두 모래시계 중 러시아 경제가 버티는 모래시계의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우크라이나가 견디는 모래시계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밖에 없는 셈이다.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를 더 취약하게 하려면 미국과 유럽이 대러시아 제재의 공동 전략을 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욱 강화한 제재를 도입하고, 기존의 제재도 좀 더 철저히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이 러시아 석유를 수입하는 인도에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기는 했지만, 러시아에 대규모 지원을 벌이는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도 유럽도 별다른 제재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반대로 우크라이나에 시간을 벌어주려면 서방의 지속적인 무기·탄약 공급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다만 WSJ은 우크라이나도 병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징병 대상을 도시 중산층과 청년으로 확대하는 등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의 주력은 가난한 농촌과 지방의 중년 남성이다. 도시 중산층과 청년들은 국외 도피 등으로 입대를 회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징집 대상 연령을 27세에서 25세로 하향했지만, 18세부터 징집하라는 서방 우방의 요구는 거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