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석국 명단, 복잡한 국제정치 역학관계 고스란히 드러내
▶ 북중러 중심 ‘반서방 연대’…글로벌사우스 국가들 대거 참석
▶ 이웃인 한일 정상도 불참…印·튀르키예 등은 SCO만 먼저 참석 후 떠나

시진핑·푸틴 [로이터]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는 정상들의 명단이 복잡한 현재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단면으로 주목받고 있다.
북한·중국·러시아 정상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서는 가운데 서방 선진국에서는 정상은 말할 것도 없고 고위급 인사들조차도 모습을 잘 비추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등 무역정책으로 여느 때보다도 전 세계가 혼돈을 겪는 가운데 이번 열병식에 참석할 정상들의 면면을 보면 사실상 '반서방 연대'를 선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주요 외신보도와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다음 달 3일 개최 예정인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정상이 참석하는 26개국에는 북한과 러시아 외에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이 주로 포함됐다.
주요 국가 정상들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 열병식의 초청 명단은 중국의 야망과 영향력 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시도를 볼 수 있는 창구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특히 올해 열병식은 중국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폐막 직후 열리는데, 두 행사의 참석자 명단이 완전히 겹치지 않아 중국의 이해관계와 이웃 국가들 사이에서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고 AP는 덧붙였다.
예컨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SCO 정상회의의 귀빈 명단에서 가장 상단에 있는데, 모디 총리는 열병식을 참관하지 않고 중국을 떠난다.
모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SCO 정상회의만 참석한 뒤 열병식에는 나타나지 않을 예정이다.
인도 총리나 튀르키예 총리의 경우 일반적으로 서방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군사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열병식에서 중국 최고 지도자들과 나란히 서는 것을 자제한다.
반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SCO 정상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지만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과 함께 중국군의 일사불란한 행진을 참관할 예정이다.
이러한 모습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들이 유럽과 미국 등 서방에 도전하며 단결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북한은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병사들을 파견했으며,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중립 입장을 취하고는 있지만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명단 대다수를 차지한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국가들이다.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주요국과 쿠바, 콩고민주공화국, 짐바브웨 등 개발도상국 정상들이 중국을 찾는다.
이웃 국가인 한국과 일본 정상은 참석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 예정이며, 일본은 반일 색채가 있다며 다른 국가들에 참석 요청을 자제할 정도로 이번 행사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럽 정상 가운데는 친러 성향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만 참석한다.
중국 외교부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열병식 초청 명단에 주요 서방 국가가 하나도 언급되지 않았는데, 중국에 서방 정상들을 초대하는 것이 중요한가"라는 외신기자의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궈자쿤 외교부 대변인은 서방 국가들이 참가하지 않는 데 대한 즉답을 피하면서 "중국 측이 관련 기념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역사를 기억하고 선열들을 추모하고 평화를 소중히 여기고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중앙통신사(CNA)는 소셜미디어 계정 '중국과 외국 요람'(中外概覽)의 분석을 인용해 "26개국 명단이 중국의 현재 국제적 처지와 작금의 국제 관계 구도를 거울처럼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CNA는 "중국이 서방 국가들과 무역, 과학기술, 우크라이나전쟁, 인권 등의 문제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보니 열병식에 참석하지 않도록 선택하게 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