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中전승절 D-3] 中, ‘反서방 좌장 파워’ 과시…신냉전 구도 강화되나

2025-08-30 (토) 04: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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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중러 vs 한미일 갈등 깊어질 듯…국제 지정학 ‘변곡점’ 전망

▶ 시진핑, 실질 협의 없더라도 ‘국제 지도자’ 이미지 성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북한·중국·러시아가 내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전례 없이 밀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국제 지정학 구도를 크게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열병식 행사에 나란히 참석하며 협력 가능성을 키우면서, 한미일 연합과 대치하는 신(新)냉전 구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31일 로이터 통신과 국제정치 전문매체 '더 디플로마' 등 주요 외신의 전망을 종합하면,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북중러 간 협력이 일대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더 디플로마는 "김정은 위원장,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 간 3자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제기된다"면서 "북한과 중국 간 외교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제한됐던 3자 협력 상황이 김 위원장의 열병식 참석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중국은 이번 행사를 통해 반(反)서방 세력 '좌장'으로서의 파워를 미국 등 전세계에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 교착상태 빠졌던 북중 관계 급물살…북중러 정상회담 가능성도

지난해 6월 푸틴 대통령의 방북 당시 체결된 새로운 안보 협정과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을 통해 북러가 밀착하는 동안, 중국은 국제적인 '대북 제재'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북한과의 경제·사회적 교류를 최소한으로만 이어왔다.

특히 자국 내 북한 주민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라고 요구하거나, 대북 직접투자를 금지하는 등 대응으로 북한과 거리를 뒀다.

그러나 이번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세 지도자가 사상 처음으로 3자 회담에 나서거나, 공동성명 등 실질적 성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와 북한도 방중 일정을 공식화하며, 전승절 행사를 계기로 북중러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3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서면인터뷰를 진행하고 "러시아와 중국은 두 위대한 국가의 번영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국제 문제에 대해 양국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견해를 공유하고 있음을 거듭 확인했다"면서 "양국의 다자간 협력을 높이 평가하며, 이러한 협력은 국제 정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역설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첫 다자외교 무대에 서게 된 김 위원장이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자신감을 갖게 될 경우, 한국에 대한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고명현 서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디플로마에 "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한은 과거 불가능하게 봤던 분야에 대해서도 빠르게 진전을 이룰 수 있게 됐다"면서 "한국과 미국 등 그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 어느 때보다 강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북중러 밀착에 한미일 대응 나설까

북중러 간 협력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미일 3국 연합과 대치하는 신(新) 냉전 구도가 가속화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지 H.W. 부시 미중 관계재단의 이성현 선임연구원은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열병식은 신냉전의 공식적 시작으로 세계에 프레임이 될 것"이라면서 북중러 간 합동 군사훈련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도 SCMP에 북중러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2023년 한미일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만큼 중요할 것"이라면서 향후 미국과의 현안에 대해 이들이 한 팀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북중러 연대는 제도화돼 있지 않은 느슨한 관계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NPR은 "중국, 러시아, 북한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처럼 3자 군사 훈련을 하지 않는다"면서 "지난해 3국 사무국을 설립한 미국, 한국, 일본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11월 한미일 3국은 페루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일 협력 사무국' 설립 등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시 주석이 반서방 국제사회로부터의 정치적 지지와 국제적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얻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중러 회담이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해도, 시 주석 입장에서는 충분한 소득이 보장돼 있다는 이야기다.

우신보 중국 푸단대 국제학연구소 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은 관세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국가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로부터도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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