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은 화원이 있는 정거장

2025-08-27 (수) 07:58:32 김미정 두란노 문학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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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의 50번 도로 어느쯤인가에 예쁜 버스 스톱이 있다.
조그만 정사각형의 지붕에 두 사람이 앉을만한 나무 벤치 의자가 있고, 그 뒤로는 푸른 사철나무가 안정감 있게 심어져 있다. 벤치 의자 앞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난 조그만 꽃밭도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다른 정거장처럼 버스가 오는지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지 않아도 버스가 오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아예 벤치 의자를 버스 오는 쪽으로 돌려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잔디밭 위 꽃들이 피어있는 이 작은 정원을 바라보며 버스를 기다릴 수 있는 여유로움이 보는 이에게 평화로움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편하고 예쁜 버스 정거장을 처음 발견할 당시에는 노란 꽃이 먼저 봄을 알리는 약간 추운 이른 봄이었다. 간단하게 의자만 있는 것 보다 꽃밭이 있는 정거장을 처음 발견했을 때, 시크릿 가든이라도 발견한 듯 신기했다. 누가 이렇게 동화책 속에서 볼수 있을 것 같은 예쁜 버스 스톱을 디자인했을까? 분명 이 정거장을 설계한 사람은 창의적이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일 듯하다.


매달 앨러지 때문에 앨러지 전문의사를 방문하고 있다. 닥터 오피스 가는 길목에 있는 이 정거장, 이번에는 무슨 꽃이 피어있을까 생각하며 바라본다. 한 달에 한번 가는 앨러지 전문의사가 동생이다. 좋아하는 동생도 보고, 시크릿 가든도 볼 수 있어서 한시간 운전도 즐겁다.

하늘이 파랗고 청정한 날, 바람이 살짝 부는 날이면, 닥터 오피스 가는 길을 조금 더 일찍 서둘러 보아야겠다. 버스를 타지 않아도, 그 벤치에 앉아 한가로이 꽃밭의 바람 따라 날아온 호랑나비와 벌도 보며,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평화로운 순간을 만끽하고 싶다. 이런 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김미정 두란노 문학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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