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韓도 국방비 인상 공식화… “우리측 동맹 현대화 방향” [한미정상회담] 韓도 국방비 인상 공식화… “우리측 동맹 현대화 방향”](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08/26/20250826092008681.JPG)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함께 웃고 있다. 2025.8.26[로이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꾸준한 요구였던 국방비 인상 계획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 이어 아시아 동맹국들에 내민 이른바 안보 청구서를 사실상 받아들인 것으로,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였던 '한미동맹 현대화' 과제 중 우리가 비교적 수용할 수 있는 사안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25일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 연설에서 "한국은 한반도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앞으로 해 나갈 것"이라며 "국방비를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현지에서 가진 '3실장 공동 브리핑'에서 국방비 증액은 이 대통령이 먼저 적극적으로 거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 실장은 국방비 증액이 "우리가 보는 동맹 현대화의 방향"이라면서 "변화하는 우리 주변 정세에 잘 대응할 수 있게 동맹을 현대화해 결과적으로 연합방위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갖고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입장에서도 연합방위체제 주도를 위한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역량 확보 측면에서 국방비 투자는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증액된 국방비가 스마트 강군 육성 등에 사용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방비 인상은 한미 간에 합의점을 쉽게 이룰 수 있는 부분으로 사실상 예견됐다"며 "나토식 기준으로 군 공항 이전 등 군 관련 인프라 비용을 '간접 국방비'로 책정하면 국방중기계획 일부를 조정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방비 증액의 구체적인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아 향후 인상 폭이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자국 안보는 스스로 지켜야한다면서 동맹국들에 국방비 인상을 압박해왔고, 'GDP 대비 5%'라는 새 국방비 지출 기준을 제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트럼프의 압박에 못 이겨 2035년까지 국방비를 간접비를 포함해 GDP의 5% 수준까지 인상하기로 지난 6월 약속했고,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에 이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에도 국방비 인상을 압박해왔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한국 국방예산은 61조2천469억원으로 GDP 비중은 2.32%다. 트럼프 행정부 기준인 'GDP 대비 5%'를 맞추려면 국방비를 배로 증가시켜 약 132조원까지 늘려야 한다.
작년 말에 마련된 '2025∼2029년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2026년 66조7천억원, 2027년 72조4천억원, 2028년 78조3천억원, 2029년 84조7천억원 수준으로 계획돼 있다.
국방 관련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 등 간접비를 포함해도 GDP의 5%까지 국방비를 늘리는 것은 우리나라의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다.
위 실장은 큰 틀에서 동맹 현대화에 대한 공감대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국방비 증액 외 동맹 현대화 중 주요 이슈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 방위비 분담금 확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러시아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대북 확장 억제에 초점을 맞춰온 주한미군 역할을 조정하는 방향의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해왔다.
이 때문에 2006년 워싱턴 한미 외무장관 전략 대화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 담긴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하되 "한국민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 입장을 존중한다"는 표현이 이번 회담을 통해 어떻게 달라질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회담을 앞두고 전용기에서 "유연화에 대한 (미국 측) 요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언급했던 것으로 미뤄볼 때 문구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전략성 유연성은 한반도 이외 분쟁에 주한미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예컨대 대만해협 유사시에 주한미군이 투입되는 상황은 우리 측으로선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 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거론됐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조정 문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위 실장은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 "(내년에) 1조5천억원 정도로 된 것을 다시 오픈해서 늘려보자는 논의는 오늘까지도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은 우리 군사 장비의 큰 구매국가"라며 미국산 무기 구매를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최근 이란-이스라엘 분쟁시 미국 본토에서 출격해 이란 핵시설을 폭격했던 B-2 스텔스 폭격기를 언급하면서 "한국이 이렇게 뛰어난 (미국산) 군사장비를 구매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미국산 무기 도입 비용은 우리나라 국방비 중 방위력개선비의 상당 부분을 이미 차지하고 있는데, 국방비를 늘리면서 미국산 무기 도입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군은 차기 전투기(F-X) 2차 사업으로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20대를 추가 도입해 2027년부터 전력화할 예정이며, F-15K 및 KF-16 전투기 성능개량 사업 등 조 단위 구매계약을 체결해왔다.
위 실장은 "미국산 무기 구매는 꼭 필요한 첨단이나 중요한 무기를 구매하려 하는 것이라 '미팅 오브 마인드'(의견일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